"트럼프, WHO 탈퇴 전 7가지 요구…정치적 민감 내용도"
중국에 바이러스 샘플 제공 및 의사언론 비검열 촉구 요구
WHO 코로나 대응 자체평가·여행금지 권고 기준 수정·대만에 조사팀 파견 등도 요구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금지원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발표하기 전 전달했던 7가지 요구사항들이 공개됐다.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대사인 앤드루 브렘버그가 지난 5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던 요구사항에는 WHO가 쉽게 받아들일 만한 합리적 내용도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자체적으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WHO 회원인 140여 개국이 지지했던 것으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7월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와 엘런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필두로 대응평가 패널을 발족했다.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중국에 바이러스 샘플 제공을 요청하고 의사와 언론을 검열하지 말라고 요청해달라고 요구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평소 중국을 비판함으로써 얻는 게 없다고 주변에 말해왔으며, WHO가 회원국을 비판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이 요구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중국 편향적이지 않음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적인 요구사항이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여행금지가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옳았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NYT는 전했다.
WHO는 지난 4월 이미 국내·해외여행을 적절하게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권장한다면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에서 세계보건법을 가르치며 WHO 고문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로런스 고스틴 교수는 여행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WHO에 권고기준을 바꾸도록 강제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던 대만에 조사팀을 보내고 주요 국가에서 승인된 치료제와 백신을 사용승인하는 한편, WHO에 기여한 정도에 비례하는 규모로 WHO 구성원을 선발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이 제안한 요구사항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와 보건 전문가들은 위 요구사항들이 WHO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였을 법한 합리적인 것들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고스틴 교수는 "(이 요구사항들은)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면서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요구사항을 전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WHO는 중국으로부터 독립돼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 자금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WHO 탈퇴서를 제출했다.
honk02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