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주제개혁 놓고 세대갈등…'시위참여 자녀 의절' 글까지

입력 2020-11-27 11:46
태국 군주제개혁 놓고 세대갈등…'시위참여 자녀 의절' 글까지

"'유산 안준다' 사진 문에 붙여라"…왕당파 호응 이용한 사업 홍보 목적?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 와중에서 군주제 개혁 이슈를 놓고 세대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자식과는 의절하라"는 글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7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숙스리라는 한 사업가는 금주 초 페이스북에 부모나 보호자들에게 자녀들이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면 연을 끊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자녀가 계속해서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한다면 재산을 친척(또는 자선 단체)에 주겠다고 유언장에 쓰라"며 "그 유언장 사진을 찍은 뒤 문에 붙여놓고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고 나갈 때 보게 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하지 말라. 유언장이 모든 것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으니까"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숙스리는 자신이 원래 보수주의자라고도 했다.

그의 페북 글은 수 천회 공유되고 댓글도 수 천개가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그를 맹비난했지만, 시위에 반대하는 왕실 지지파들은 이 여성을 지지하며 그의 사업에 도움을 줬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팜스테이 숙소에 올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며 왕당파들의 지지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이 다른 사업도 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매체는 그가 화장품 유통과 부동산 판매 사업도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페북 글은 왕당파의 지지를 이용해 사업에 이득을 보려는 속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올 걸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대나 시위대에 동조하는 이들을 '응징'한 이들에게 왕실 지지파들이 성금 등을 보내는 일이 최근 태국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유타야주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일어서지 않은 여학생의 뺨을 때린 한 여성에게 약 1만8천밧(약 65만원)의 성금이 답지하는 일도 있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됐으며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주제 개혁에 대해서는 반정부 시위대의 주축인 1020(10대와 20대) 세대와 국왕을 신성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온 부모 세대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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