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경고 무색…미 600만명 항공기 대이동에 후폭풍 예고
전날 하루에만 107만명 비행기로 여행… 8개월 만에 최다
전문가 "1∼2주 뒤 대확산" 경고…CDC, 연내 누적 사망 32만명 예측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보건 당국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60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추수감사절 항공기 여행에 나서면서 거센 후폭풍이 곧 미국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26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대이동이 시작한 20일부터 엿새 동안 595만여 명이 항공기 여행에 나섰다고 밝혔다.
추수감사절 여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미국인이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 곳곳으로 퍼진 셈이다.
TSA의 트위터 공지에 따르면 지난 20일 101만9천836명이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21일 98만4천369명 ▲22일 104만7천934명 ▲23일 91만7천354명 ▲24일 91만2천90명 등 매일 90∼100만명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특히 추수감사절 전날인 25일에는 107만967명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16일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AP통신은 "추수감사절이 코로나19 확산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수백만 명이 공항과 고속도로로 향했다"며 "집에 머물며 휴일 가족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심각한 경고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와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추수감사절 연휴 계획을 강행했다"며 "8개월여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 모임을 위해 뉴저지에서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탑승한 시어 주닉은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닉스에서 캔자스시티로 항공기 여행을 결심한 캐시디 저클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모두 낙담한 상황에서 추수감사절 모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 대이동에 따른 거대한 후폭풍이 곧 불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밴더빌트 의대 윌리엄 섀프너 교수는 추수감사절 여행과 가족 모임 여파로 "1∼2주일 뒤 코로나 환자는 급증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5일 기준 하루 사망자는 2천46명으로, 22일 연속 2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 하루 신규 환자는 23일 연속 10만 명대를 기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사망자 추세를 토대로 앞으로 3주 뒤면 6만명이 추가로 희생될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19일까지 미국의 누적 사망자가 32만1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 현재 미국의 누적 사망자는 26만2천800여명, 확진자는 1천283만여명이다.
조지워싱턴 의과대학의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CNN방송에 "앞으로 열흘 안에 하루 사망자 비율이 두 배가 될 것"이라며 "하루에 4천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사스주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의 조지프 배런 박사는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돼 아프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6∼12주의 기간은 현대 미국 의학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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