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뇌 손상 막으려면 중년부터 혈압 관리해야"
옥스퍼드대 연구진, 영국인 3만7천 명 뇌 MRI 분석
이완기 혈압 방치하면 위험…'유럽 심장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40대와 50대에 혈압이 높으면 60대 이후 뇌 손상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0세 이전의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은 노년기의 뇌 손상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만 40세부터 69세까지 지원자 3만7천41명을 대상으로 MRI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다.
영국 옥스퍼드대 뇌졸중 치매 예방 센터의 카롤리나 바르톨로프스카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2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이 집중 분석한 건 MRI 영상에서 밝게 보이는 '백질 과집중(WMH)'이라는 손상 부위다.
WMH는 나이가 들고 혈압이 높아져 뇌의 가는 혈관에 손상이 늘어나는 걸 말하는데 뇌졸중, 치매, 우울증, 사고 능력 저하, 신체 기능 상실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65세 초과 환자의 50% 이상, 80세 초과 환자의 대다수에서 고혈압이 없어도 WMH가 관찰된다.
하지만 고혈압이 있으면 WMH가 나타나거나 악화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과학자들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의 기준이 된 WMH 비중(WMH/전체 백질)은 현재 수축기 혈압(systolic blood pressure)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연관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건 과거, 특히 50세 이하의 이완기 혈압이었다.
설사 치료 기준(140/90 mmHg) 이하라 해도 혈압이 올라가면 WMH가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정상 범주(120mmHg 이하)에서 10mmHg 올라갈 때마다 WMH 비중은 평균 1.126배 커졌다.
이완기 혈압의 경우 정상 범주(70mmHg 이하)보다 5mmHg 상승할 때마다 WMH 비중이 평균 1.106배 높아졌다.
WMH 비중 상위 10%만 보면 WMH의 24%가 120mmHg를 초과하는 수축기 혈압에서 비롯되었지만, 70mmHg 이상의 이완기 혈압이 작용한 건 7%에 불과했다.
이는 고령 환자의 경우 이완기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이 더 많이 상승한다는 걸 의미한다. 보통 정상 혈압의 기준은 120/70mmHg이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40대와 50대에 이완기 혈압의 문제가 있으면 노년기의 뇌 손상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년기의 뇌 손상을 예방하려면 수축기 혈압뿐 아니라 이완기 혈압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60대와 70대에 뇌 건강을 지키려면 4, 50대부터 이완기 혈압과 수축기 혈압 모두 건강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건강한 범주를 넘어서는 혈압 상승은 항상 뇌의 백질 과집중을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바르톨로프스카 박사는 "노년기의 백질 과집중을 예방하려면 중년기 초반부터 특히 이완기 혈압을 잘 관리해야 한다"라면서 "연구자들도 중년기 무증상 요인의 장기적 영향을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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