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에도 전세난 계속…재건축 기대감에 강남 집값 '꿈틀'

입력 2020-11-26 14:00
수정 2020-11-27 11:58
'전세대책'에도 전세난 계속…재건축 기대감에 강남 집값 '꿈틀'

김포·부산 해운대 등 '규제'로 집값 안정세…파주 등은 '풍선효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의 전세 대책 발표에도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세시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전셋값이 많이 오른 서울·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지방의 전셋값이 더 오르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도 꿈틀대고 있다.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경기도 파주시와 부산의 일부 지역은 '풍선효과'로 이번주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 73주 연속 상승…"전세대책, 아파트 전세 영향 적어"

한국감정원은 11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이 0.30% 상승해 지난주 상승 폭을 유지했다고 26일 밝혔다.

수도권(0.26%→0.25%)은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을 소폭 좁혔지만, 서울은 지난주와 동일하게 0.15% 올랐고, 지방은 0.33%에서 0.34%로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주 정부가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전세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내용이 빌라·연립 공급에 맞춰져 있어 아파트 전세시장의 영향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 첫째 주 0.17% 상승해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월 1∼3주 0.08% 상승을 유지한 데 이어 4주 0.10%, 11월 1주 0.12%, 2주 0.14%, 3·4주 0.15%로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서울에서는 교육·교통 등 정주 요건이 양호한 강남 4구와 마포·용산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다.

서초·송파·강동구가 각각 0.23% 올라 가장 높았고, 강남·마포·동작구 0.02%, 용산구 0.16%, 관악구 0.15% 등의 순이었다.

경기(0.27%→0.28%)는 전주 대비 상승률이 확대됐고, 인천(0.52%→0.38%)은 줄었다.

경기도에서는 한강신도시가 있는 김포시(1.01%)의 전셋값이 강세를 보였고, 고양 일산동구(0.46%)ㆍ덕양구(0.46%), 광명시(0.39%), 안산 단원구(0.38%), 남양주시(0.37%), 성남 분당구(0.31%), 의정부·양주시(0.35%) 등도 상승률이 높았다.

인천에서는 연수구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 1.65%에 이어 이번 주 0.91% 올라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으며 미추홀구(0.06%→0.18%)와 계양구(0.23%→0.25%)를 제외한 모든 구가 지난주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최근 3주간 누적 상승률이 5.55%에 달하는 연수구는 전세 물건은 있으나 새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신축 아파트 위주로 전셋값이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도 지난주 0.33%에서 이번 주 0.34%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커졌다.

세종은 지난주 1.15%에서 이번 주 1.36%로 상승 폭을 다시 키웠다.

부산은 기장군(0.68%)과 부산진·남구(0.59%), 연제구(0.57%), 강서구(0.52%) 등을 중심으로, 대구는 중구(0.36%)와 수성구(0.32%), 대전은 유성구(0.95%)를 중심으로 각각 상승률이 높았다.

감정원은 "저금리 환경에 청약 대기수요와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학군과 교통이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 "재건축 기대감" 강남 아파트값 8주만에 상승세로 전환…서초구 16주 만에 상승

전국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23% 상승해 지난주(0.25%)보다는 오름폭을 좁혔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상승률은 감정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고였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4주 연속 횡보했다. 동대문구(0.05%)와 강북·관악구(0.04%) 등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올랐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 기대감으로 지난주까지 7주 연속 보합(0.00%) 혹은 마이너스에서 이번 주 0.03% 상승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압구정동 A 공인 대표는 "현대아파트 단지마다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이 75∼80%에 달해 매수세가 몰리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주에만 20∼30건의 거래가 이뤄진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최근까지 15주 연속 보합(0.00%) 기록을 깨고 이번 주 0.02% 올라 상승으로 전환했다.

준공 32년을 맞은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73㎡는 지난 20일 28억원(8층)에 매매 계약서를 써 올해 8월 27일 세웠던 26억7천500만원(9층) 신고가 기록보다 1억2천500만원 오른 값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B 공인 대표는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관심을 갖는 수요는 있는데 매물이 적어 앉은 자리에서 5천만원씩 높인 값에도 거래가 되는 상황"이라며 "엊그제 인상된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라고 말했다.

송파구도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2%로 상승 폭을 키웠다.

◇ 김포·부산·대구 수성구 '규제'로 상승세 꺾였지만, 파주·부산 일부는 '풍선효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0.15% 올라 지난주(0.18%)보다 상승 폭을 줄었다.

경기도가 지난주 0.28%에서 이번 주 0.22%로, 인천은 0.14%에서 0.12%로 각각 오름폭이 줄었다.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다가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김포시는 지난주 2.73% 상승으로 폭등세를 보였다가 이번 주 0.98% 상승으로 누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파주시는 지난주 0.78% 상승에 이어 이번 주 1.06% 상승을 기록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파주시는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교통 기대감이 있는 운정신도시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고양 덕양구(0.49%)와 일산 동구(0.37%)ㆍ서구(0.34%), 남양주·광주시(0.30%), 의정부시(0.24%), 성남 분당구(0.23%) 등이 경기 지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부산에서도 규제 효과가 나타났지만, 일부 지역에서 역시 '풍선효과'가 관측됐다.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부산시 해운대구(1.39%→0.62%)와 수영구(1.34%→0.43%), 동래구(1.13%→0.56%), 연제구(0.89%→0.47%), 남구(1.19%→0.74%) 등 5개 구는 모두 상승세가 꺾였으나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곳의 아파트값이 튀어 올랐다.

부산진구가 지난주 0.86% 상승에서 이번 주 1.03% 상승한 것을 비롯해 금정구(0.46%→0.94%), 강서구(0.21%→0.52%), 북구(0.20%→0.36%) 등 8개 구의 상승 폭이 지난주보다 커졌다.

대구시 수성구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주 1.16% 상승에서 규제지역 지정 후인 이번 주 0.56% 올라 상승세가 꺾였다.

대전은 지난주 0.34%에서 이번 주 0.42%로 상승 폭을 키운 가운데 유성구(0.61%→0.65%), 서구(0.29%→0.40%), 동구(0.18%→0.37%) 위주로 상승 폭이 컸다.

울산도 남구가 지난주 0.81% 상승에서 이번 주 0.96%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지는 등 지방 광역시의 인기 지역 집값 상승률도 이번 주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8개도 아파트값 상승률 역시 이번 주 0.22%를 기록해 감정원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