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갑론을박…"세금 아닌 벌금" vs "집값 올랐으니 내야"

입력 2020-11-25 12:04
종부세 갑론을박…"세금 아닌 벌금" vs "집값 올랐으니 내야"

퇴직자·1주택자 종부세 불만…"공시가격·세율인상에 내년이 더 무섭다"

"1∼2년간 집값 수억원 뛰었는데 걸맞은 세금 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되면서 고지서를 받아든 종부세 대상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상향에 따라 종부세가 작년보다 2배 안팎으로 오른 대상자가 속출하고,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된 1주택자도 20만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나 새로 납부 대상이 된 1주택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이들은 내년과 후년을 더 걱정하고 있다.

반면, 최근 집값이 급등해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재산가치가 수억원씩 올라 간 것을 고려하면 종부세 납부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연금으로 사는 퇴직자에게 1천만원 넘는 보유세는 큰 부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전용면적 107㎡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올해 종부세 206만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작년 99만원에서 2배 넘게 오른 금액이다.

A씨는 "가만히 앉아서 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데 달가울 사람이 있겠느냐"며 "세율 인상으로 내년에는 종부세가 400만∼500만원 나오고 후년에는 더 오른다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를 매입해 아내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은퇴자 B씨는 작년 191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349만원으로 올랐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모두 더한 보유세는 지난해 740만원에서 올해 1천82만원으로 올랐고, 내년에는 1천538만원으로 더 오른다.



B씨는 "은퇴 후 연금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1년에 1천만원 넘는 돈을 보유세로 내는 건 쉽지 않다"며 "실현된 이익도 없는데 주택 보유만을 이유로 세금을 크게 떼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종부세. 퇴직한 사람은 거주의 자유도 없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천6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고 또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데 왜 종부세까지 이렇게 많이 내야 하느냐"며 "은퇴하고도 종부세 내기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히느냐.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생각해봤느냐"고 토로했다.

인터넷 포털 부동관 관련 카페에도 오른 종부세를 두고 "세금이 아니라 벌금 같다", "내 집에 살면서 정부에 수백만원씩 월세 내는 격"이라는 등의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왔다.

◇ 공시가격·세율 인상에 "내년이 더 겁난다"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된 주택의 보유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은 작년보다 20만명 가까이 증가한 70만명대로 급증한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이상 주택과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 등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기면서 처음 종부세 대상이 됐다.

부동산 카페에는 이들을 향해 "집값이 많이 올라 종부세까지 내게 된다니 좋겠다. 축하한다"며 부러워하는 글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올해는 종부세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7·10 대책과 국회의 후속 입법에 따라 종부세율은 올해 0.5∼3.2%에서 내년 0.6∼6.0%로 올라간다.



아울러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매년 공시가격이 오를 예정이고, 종부세 과표를 산정할 때 쓰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공시가격의 85%에서 올해 90%로 오른 데 이어 내년 95%, 내후년 100%까지 오를 예정이어서 세 부담이 가중된다.

작년에 처음으로 13만원 수준의 종부세를 냈던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84㎡ 보유자는 올해 51만원으로 종부세가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130만원, 내후년엔 225만원으로 더 오른다. 2년 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더한 보유세 총액은 719만원에 달한다.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더 커진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이 시행한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작년 종부세가 191만원에서 올해 349만원으로 1.8배 이상 올랐다. 내년에는 713만원, 내후년에는 1천10만원으로 더 올라 2022년 보유세 총액은 1천961만원으로 2천만원에 육박한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등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는 올해 1천857만원에서 내년 4천932만원으로 크게 오르며 이 경우 보유세 총액은 올해 2천967만원에서 내년 6천811만원으로 뛴다.

◇ "집값 오른 만큼 세금 내는 것 당연" 주장도…여야도 종부세 '공방'

납세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종부세 인상이 조세정의 실현에 부합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불과 1∼2년 만에 집값이 수억원씩 뛰었는데 이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게 맞다", "지금도 고령의 장기보유 1주택자에게는 종부세 공제율이 80%에 달한다. 투기꾼이 아니면 피해가 없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강남에 아파트 한 채만 달라. 종부세가 나와도 즐겁게 낼 자신이 있다"는 글도 있었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에서도 종부세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19일 올해 1주택자들에게도 종부세가 급등할 전망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남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지난해보다 2배 넘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이같이 썼다.

그는 당시 기사에서 예로 든 아파트들의 시가가 1년 사이 3억4천만∼8억7천만원 올랐다고 지적하며 종부세 납부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는 반대로 야당은 올해 크게 오른 종부세를 "폭탄", "벌금" 등으로 규정하고 여권을 비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종부세 대상자가 22% 늘어나고, 정부 세입은 최소 23%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며 "국민이 어떻게 조세 저항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한 달 월급이 세금으로 나가야 한다. 1주택 실거주자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벌금을 매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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