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목적 원정함 확보로 원양 임무 수행 능력 '향상'
4천t급, 순항미사일부터 드론까지 '떠다니는 무기 전시함'
공해상 임무까지 확대…지원체계 부족으로 수행 능력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이란이 자국 영해를 벗어난 원양에서 장기간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원정함을 확보했다.
23일(현지시간) 더 존, 네이비 타임스 등 국제 군사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최근 헬기, 드론, 고속정 등을 탑재한 4천t급 다목적함 '샤히드 루다키' 함을 공개했다.
길이 150m, 폭 22m 규모의 이 함정은 또 함대함, 지대지, 함대공,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했으며, 전투, 정찰, 보급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란 언론도 이 함정이 "지속적인 해양로 확보와 이란 및 인접국 선박들의 구조를 위해 건조됐다"며, 이란 영해를 벗어나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공해는 물론이고 홍해에서도 임무 수행 능력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이 함정의 사진을 판독해볼 결과 장착한 미사일 중에는 대함 순항 미사일(8발), 호드다르 지대지 미사일(트럭 적재), 호르다드 3형 지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더 존의 설명이다.
또 아바빌-2형 드론(6대), 헬기(벨 412 모델, 1대), 무장 고속정(4척)도 포착됐다. 이란 언론은 이 함정이 표적의 종류, 거리, 방위, 고도 등을 제공하는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통신체계도 갖췄다고 주장했다.
대함 순항 미사일과 관련해 더 존은 이 미사일이 각각 사거리 200㎞와 300㎞인 '카데르' 미사일이거나 '카디르'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미사일은 이란이 중국이 수출용으로 제작한 C-802의 복사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YJ-83 미사일의 수출형인 C-802는 C-602 및 C-705와 함께 대함미사일 3총사로, 관성항법 체계(INS)와 레이더 유도방식의 C-802는 길이 5.15m(부스터 포함), 날개 너비 1.22m, 총 발사 중량 802kg, 탄두 중량 최대 190kg으로 파악됐다. 최고속도는 마하 0.9(1천101㎞)다.
호르다드 3형 지대공 미사일은 '라드'(우뢰) 미사일 변형으로 러시아제 SA-11 미사일과 유사하다. 이 미사일은 지난해 6월 오만만 상공에서 미 해군의 RQ-4A 해상관측용 드론을 격추함으로써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더 존은 이 함정 갑판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덕택에 고정식 또는 이동식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대뿐만 아니라 대구경 로켓포도 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바빌-2 드론도 눈길을 끈다. 원래는 정찰용이지만, 고폭탄두를 장착해 상황에 따라 '자살 드론'으로 전용될 수 있다.
이 드론은 예멘 내전 등에서 활약했으며, 샤히드 루다키 함을 발진기지로 해 유사한 임무를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함정에서 발진한 드론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관련 시설에 대한 전례 없는 기습 공격에서처럼 실제적인 위협 요소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더 존은 샤히드 루다키 함이 미 해군의 원정 이동식 기지나 특수전 지원함과 설계 개념과 기능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급 유조선을 변형한 원정 이동식 기지는 공해상 어디라도 상시 해상기지로서의 존재감과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란도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 새로운 함정 취역을 구체화했다고 더 존은 강조했다.
그러나 샤히드 루다키 함이 지속해서 공해상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직 드론 발진 장치, 미사일 재장착, 헬기 정비 및 재급유 시설이나 격납고, 고속정 발진 장치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전투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함정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제한적인 대공 및 대함 방어 체계만을 갖췄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샤히드 루디키 함이 충분한 임무 수행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또 정식 취역 때까지 능력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란의 함정 공개는 존재감을 알리려는 홍보성 색채가 짙다고 덧붙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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