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 사파리 공원의 무차별적 얼굴인식 정보 수집에 제동
푸양인민법원 "궈빙 교수 얼굴인식 자료 삭제하고 1천38위안 배상"
"감시시스템 발달한 중국서 얼굴인식 자료 무차별 수집 관련 첫 판결"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한 야생동물공원이 입장객 출입 시스템에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했다가 시민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2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푸양인민법원은 저장성과기대 궈빙(郭兵) 교수(법학)가 항저우 사파리 공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원 측에 궈빙 교수의 얼굴인식 자료를 삭제하고 1천38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푸양인민법원은 지난 20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올린 판결문을 통해 "두 당사자(사파리공원과 궈빙) 사이에는 공원 입장 시 지문을 활용하도록 합의가 있었다. 사파리 공원의 궈빙과 그의 부인에 대한 사진 자료 수집은 법적으로 필요한 요건을 뛰어넘는 것이며, 따라서 합법적이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세계에서 감시 시스템이 가장 잘 작동되는 국가로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빚는 중국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개인정보 수집에 무차별적으로 활용하는데 제동을 건 첫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궈 교수는 지난해 11월 항저우 사파리가 방문객의 얼굴인식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항저우시 푸양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궈 교수는 지난해 4월 1천360위안을 주고 사파리 연간 이용권을 구매했다. 이후 지문 인식으로 무제한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파리 공원 측은 지난해 10월 17일 연간 이용권 고객에게 보낸 단체 메시지에서 "동물원 입장 방식이 변경됐다"면서 "기존의 방식으론 입장이 불가하니 고객센터에 들러 얼굴 정보를 등록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중국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결제 과정은 물론 공항이나 민간 아파트의 출입 보안 검사에서도 얼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 공용화장실에서는 화장지의 과소비를 막겠다면서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특히 서방 세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감시카메라가 중국 전역에 설치돼 주민들의 감시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의 보안업체인 '컴페리텍'(Comparitech)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감시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상위 20개 도시 가운데 18곳이 중국의 도시이며, 세계 CCTV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컴페리텍의 보고서에 따르면 감시용 CCTV 설치 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으로, 베이징시의 감시용 CCTV 대수는 115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 1천 명당 약 60대꼴로 감시용 CCTV가 설치된 셈이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패트릭 푼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등에는 강도 높은 감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CCTV가 주민 감시용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서치 회사인 IDC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감시 카메라 시장은 작년 236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440억 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됐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