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이미지 부각한 스가…체념에 빠진 일본 젊은층 지지

입력 2020-11-24 11:30
서민적 이미지 부각한 스가…체념에 빠진 일본 젊은층 지지

여론조사에서 성실성·친근감 호평…"설명 능력은 미흡"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연고 없이 정치 경력을 쌓아 올렸다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했는데 일본 유권자들은 이를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와세다(早稻田)대 첨단사회과학연구소 함께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스가 총리가 성실성, 친근감, 개혁 의지 등의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보도했다.

8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이에 비춰 스가 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74%가 스가 총리의 성실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반응했다.

스가 총리는 개혁의지(73%), 친근감(71%)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설명 능력(43%)과 국제 감각(46%)에 대한 평가는 저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국제 감각(77%)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친근감(58%)이나 성실성(44%)에서는 스가 총리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도 설명 능력(42%)에서는 스가와 마찬가지로 혹평 받았다.

지난 20년간의 역대 내각에 대한 평가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이 10점 만점에 6.9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제2차 아베 내각이 5.8점으로 뒤를 이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3.0점으로 최하위였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66%였다. 조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실시됐다.



스가 총리가 성실성이나 친근함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서민 출신임을 강조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평가했다.

스가 총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자신이 세습 정치인이 아니며 아키타(秋田)현 농가 출신으로서 밑에서부터 쌓아 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2019년 5월부터 사용된 일본의 연호)를 발표할 때 연호가 적힌 액자를 들어 보인 장면이 널리 알려져 '레이와 아저씨'라고 불렸는데 이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그를 친숙하게 여기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의 부친인 스가 와사부로(菅和三郞)가 농업에 종사한 것은 맞지만 그는 아키타 특산 '아키노미야(秋ノ宮) 딸기'를 흥행시킨 부농으로 분류된다.

와사부로는 기초지방의회 4선 의원으로 부의장까지 지냈다.

주목할 점은 젊은 유권자일수록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이달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스가 내각 지지율이 57%였는데 세대별 지지율은 18∼19세 80%, 30대 66%, 40대 58%, 50대 54%, 60대 51%, 70대 48%, 80세 이상 45%였다.



사회조사연구센터장인 마쓰모토 마사오(松本正生) 사이타마(埼玉)대 교수는 "젊은 세대의 '현재를 바꾸고 싶지 않다',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현상 유지 지향이 드러난다"며 "보수라기보다 보신이라고 해야 하며 정치적 의미의 보수화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나카니시 신타로(中西新太郞)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일본 사회의 장래에 관해 밝은 전망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다수"라며 "젊은이들이 현상 유지를 지향하는 것은 '이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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