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비밀리에 사우디 방문"…사우디는 부인(종합)
미 WSJ "네타냐후-사우디 왕세자, 수교 문제 논의했지만 진전 못봐"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고 로이터 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3일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우디 방문에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인 요시 코헨 국장이 동행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 홍해 신도시 '네옴'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최고위급 지도자가 만난 것으로 전해지기는 처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우디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외교관계 수립, 이란 문제를 논의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 보도와 관련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사우디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회담 보도를 부인했다.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왕세자와 이스라엘 관리들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그런 만남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회담에) 참석했던 관리들은 오직 미국인들과 사우디인들"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22일 유럽 및 중동 7개국 순방의 마지막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수교에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는 올해 8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등 아랍권 3개국이 잇따라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하도록 중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사우디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관계가 크게 가까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미국 '애틀랜틱' 잡지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영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땅을 강제로 점령했으며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 문제가 해결돼야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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