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부부관계 허용하자'…이탈리아, 20년만에 다시 공론화(종합)

입력 2020-11-23 04:37
'교도소서 부부관계 허용하자'…이탈리아, 20년만에 다시 공론화(종합)

토스카나주서 관련 법안 제출…코로나19 사태 등이 변수될 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수형자에게도 부부 관계를 허용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법안을 최근 상원 사법위원회에 제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안 내용은 모범 수형자가 교도소 안팎의 별도 구역에 마련된 방에서 최대 24시간(1박 2일) 가족 또는 각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도관이나 경찰 간섭 없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가족끼리 음식을 요리해 먹고 심지어 부부 관계도 허용한다.

복역 기간 가족 등과의 유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이탈리아에서는 1999년 3월에도 상원 사법위원회에 관련 제안이 올라왔으나 뜨거운 찬반 논쟁 끝에 폐기된 바 있다.

유럽의 경우 이러한 형태의 '특별한 면회'가 보편화돼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등 13개국이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1999년부터 수형자가 교도소 인근 펜션같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1박 2일을 보낼 수 있는 '가족 만남의 집'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이탈리아의 관련 법안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이번 법안은 토스카나주 수형자 인권 감독관인 프란코 코를레오네 전 법무부 차관이 주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진보적 성향의 녹색당 출신인 그는 가족과의 교류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까지 제한하는 가혹한 교도 행정이 수형자 교화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교도소의 징벌 수위가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기저에 깔려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한 국가 형벌권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에서 비켜난 상황을 악용해 마약 등이 반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역시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외부인을 통한 교도소 내 집단 감염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법안을 둘러싼 의회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입법을 추진하는 측이 법원 판단을 먼저 구한 뒤 우회적으로 의회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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