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배달 앱 '속도전'…라이더 확보 경쟁 가열
라이더 안전 우려…업체들 "불이익 없고 교육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배달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보다 빠르게' 배달하는 이른바 속도전이 치열하다.
주요 배달 앱 업체가 이를 위해 라이더(배달대행기사) 확충에 나선 가운데, 배달 속도뿐만이 아니라 배달 노동자의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몇 분이라도 더 빨리…'총알 배달' 경쟁
2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올해 8월 기존 배달보다 소요 시간을 줄인 '번쩍배달' 코너를 앱 내부에 신설했다.
일반적인 배달이 1시간가량 걸리는 것과 달리 번쩍배달은 45분 이내 배달을 원칙으로 한다.
점주가 별도로 번쩍배달 입점을 신청하지 않아도 배달 거리와 예상 시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이 코너에 등록이 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신속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주문 데이터, 업주가 정한 예상 조리 시간, 매장과 고객 거리, 운용 가능한 배달원 수를 검토해 예상 시간을 측정한 뒤 가능한 음식점을 선별해 노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는 빠른 배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음식점 주인은 번쩍배달 목록에 노출돼 추가로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업계 2위인 요기요도 올해 8월 서울 도봉·노원·강남·서초 등 4개 자치구에서 30분 이내 배달을 약속하는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선보였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별도 신청한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달의민족 번쩍배달과는 차이가 있다. 요기요는 이달부터 이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고, 앞으로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넓힐 계획을 하고 있다.
배달 앱 시장에 새로 진출한 쿠팡이츠는 아예 '빠른 속도'를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쿠팡이츠는 한 배달원이 여러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 이곳저곳을 거쳐 가는 다른 앱과는 달리 한 번에 한 주문만 처리해 일찍 도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면 예상 소요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배달이 시작되면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도 지도에 표시된다.
◇ 여름 성수기 지났어도 배달원은 '귀한 몸'
이처럼 배달 앱 업체들이 속도전에 나서면서 라이더 확보가 관건이 됐다.
올해 8월 여름 성수기와 코로나19 재확산이 맞물려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라이더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라이더 부족 현상이 완화되리라 예상했지만, 주요 배달 앱들이 저마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라이더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요기요 익스프레스 출시 당시 약 450명이던 요기요 자회사 소속 라이더는 서비스 대상 지역이 늘어나면서 현재 800여명까지 늘어났다. 요기요는 라이더를 연내 1천명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 주문을 배달하는 라이더에게는 건당 8천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배달 주문 수수료 4천∼5천원의 2배 수준이다.
배달의민족은 전업 배달대행기사 말고도 누구나 '아르바이트' 식으로 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배민커넥터'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커넥터 등록자는 지난 7월 3만여명에서 9월 5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펼치는 이는 9천∼1만명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는 '배달 한 건당 주문 한 건만 처리'를 원칙으로 삼은 탓에 다른 업체보다 더욱 라이더 증원이 절실한 곳이다.
이에 따라 쿠팡이츠는 신규 라이더가 10번의 배달 주문을 수행하면 5만원을 '보너스'로 주고, 궂은 날씨 등으로 배달 수요가 증가했을 때는 수수료를 최대 1만5천여원으로 올려주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쓰고 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라이더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라이더 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계속 라이더를 늘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라이더 안전…업체들 "늦어도 불이익 없어"
배달 속도전이 펼쳐지면서 라이더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고객에게 도착 예상 시각이 제공되면서 라이더가 심리적 압박을 느껴 무리한 운행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한 배달 앱의 경우 AI(인공지능)가 제시한 예상 배달소요 시간이 차량 내비게이션 앱보다 훨씬 짧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배달 앱들은 늦더라도 불이익이 없다고는 하지만, 자동으로 이뤄지는 주문 배정 과정에서 '빠른' 라이더에게 우선순위를 줄지 누가 알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배달 앱 운영업체들은 예상보다 배달이 늦어져도 라이더에게 가는 불이익은 없다고 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라이더 전원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고, 서울지방경찰청과 손잡고 매월 라이더 안전운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기요는 사고 다발 지역 접근 시 자동으로 라이더에게 알람 메시지를 보내고, 신규 라이더에게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고객은 도착 예정 시각을 볼 수 있지만, 올해 7월부터 라이더에게는 심리적 부담을 지우지 않고자 도착 예정 시각이 보이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며 "고객에게 노출되는 예상 소요 시간도 인공지능(AI)이 산출한 시간보다 5∼10분 더해 여유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