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도 씀씀이도 줄었다…근로소득·소비 3분기 기준 최대감소

입력 2020-11-19 12:00
수정 2020-11-19 14:31
벌이도 씀씀이도 줄었다…근로소득·소비 3분기 기준 최대감소

근로·사업소득 줄었으나 정부 지원금이 전체 가계소득 떠받쳐

오락문화 등 소비 감소…소득 좋지 않지만 소비는 더 줄어 '불황형 흑자'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3분기(7∼9월) 근로소득과 소비지출이 같은 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일하거나 사업을 해 버는 돈은 줄었으나 정부 지원금이 가계소득을 떠받쳤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으나 소비는 더 많이 줄어 '불황형 흑자'를 보였으며, 평균소비성향은 3분기 기준 역대 가장 낮았다.



◇ 일하고 사업해 버는 돈 줄었지만 정부 지원금으로 버텨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0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2분기(4.8%)보다 증가율이 둔화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소득에서 비중(65.5%)이 가장 큰 근로소득은 347만7천원으로 1.1% 감소했다.

2분기(-5.3%)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으나 3분기 기준으로 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근로소득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자영업 한파에 사업소득(99만1천원)도 1.0% 줄어 2분기(-4.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전소득은 71만7천원으로 17.1% 늘었다.

특히 정부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50만3천원으로 29.5%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사적이전소득은 21만4천원으로 4.3% 감소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아동특별돌봄지원 등 9월까지 지급이 이뤄진 정부 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재산소득은 4만원으로 18.5% 증가했다.

경조소득이나 실비보험금 등 비경상소득은 8만원으로 33.3%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시장소득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신속 집행 등 정부 정책 노력으로 시장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분석했다.



◇ 재확산에 다시 꺾인 소비…식료품 등 '집콕' 소비는 늘어

3분기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다.

소비지출 증감률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1분기 -6.0%를 기록한 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 2.7%로 플러스(+) 전환했으나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꺾였다.

단체여행비 등 오락·문화(-28.1%), 교통(-12.4%), 음식·숙박(-6.6%), 의류·신발(-13.6%) 등 대면 서비스 관련 소비가 감소했다.

교육도 13.6% 줄었는데, 학원·보습교육(-17.1%)이 특히 많이 줄었다.

반면 '집콕' 관련 품목의 소비는 증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18.7% 늘었다. 채소와 육류 등 가격 인상과 소비 증가 영향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8%), 마스크 구입 등 보건(12.8%), 주류·담배(10.7%), 주거·수도·광열(6.7%), 통신(1.2%) 등도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104만4천원으로 4.6% 감소했다.

경조사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28.7%), 헌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0.4%)은 줄었다. 이자비용(-1.4%)도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끊고 이번에 감소했다.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적 소득에 부과되는 경상조세(5.6%),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퇴직소득세·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47.1%), 사회보험료(9.4%)는 늘었다.

정 국장은 "경상조세 증가는 공시지가가 올라 토지 관련 재산세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이고 비경상조세 증가는 부동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늘어난 것이 원인일 것"이라며 "이자비용 감소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 하락 영향"이라고 말했다.



◇ 100만원 벌면 69만원 썼다…소비성향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가구당 월평균 426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3.2% 증가했다. 전체 소득은 소폭 늘고 비소비지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지출이 줄면서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9.1%로 3.2%포인트 하락했다. 100만원을 벌면 69만1천원을 쓴다는 의미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치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31만6천원으로 15.3% 늘었다. 흑자율은 30.9%로 3.2%포인트 상승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소득 증가가 커서 흑자가 커졌다기보다는 소비가 크게 줄어 흑자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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