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전문가들 "전세 숨통 틔울 것" vs "실효성 없어"(종합)

입력 2020-11-19 14:28
[전세대책] 전문가들 "전세 숨통 틔울 것" vs "실효성 없어"(종합)

"아파트 공급 부족 아쉽지만, 주택·주거환경 철저히 관리해 수요 잡아야"

호텔 주거전환 놓고는 "빠른 공급 가능" vs "이미 실패한 정책"

"임대차 3법 손봐야…세율 인하로 매매 활성화"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전문가들은 정부가 19일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 대해 전세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장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11만4천가구 규모의 전세형 주택 추가 공급 계획의 성패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의 주택이 제때 공급될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급 불균형이 극심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전세유형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본다"면서도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주택이 공급되는 지역과 물량, 속도 등 삼박자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계획과 실제 공급의 간극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빈 공공임대주택을 전세로 돌리는 것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주택 물량이 너무 없다 보니 일시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 건데, 전세시장에는 다소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주택 3만9천가구(수도권 1만6천가구)를 현행 기준에 따라 신속히 공급하고, 남은 공실은 전세로 전환해 연말까지 입주자를 모집하고 내년 2월까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건설사가 약정된 물량을 신축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활용하는 신축매입약정주택을 7천가구(수도권 6천가구) 공급하고, 공공전세주택 3천가구(수도권 2천500가구)를 내년 상반기 안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일단 정부의 공급 의지를 평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 예정 주택의 질 등 주거 환경을 철저히 관리하는데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우선 이번 대책에서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점은 한계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정부의 공급 계획은 신축매입 약정주택과 공공전세 등 대부분 다세대 주택 위주이고, 수요가 많은 아파트 공급 대책은 부각되지 않았다.

김 소장은 "모두가 원하는 주거 유형인 아파트를 짓는 데는 시간이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 소형주택을 끌어모아 공급을 늘리려 한 점은 평가할만 하다"면서 "다만, 지금 1∼2인 가구도 날림으로 급하게 지은 집을 원하는 게 아니다. 주택의 질을 관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차공간 확보나 커뮤니티 시설 설치 등 주거환경을 공동주택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예산을 들여 공급해 놓고도 막상 살아보니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이라는 평가를 받아 1∼2년 뒤 도심에 빈집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호텔·상가·오피스 등을 리모델링해 2만6천가구(수도권 1만9천가구)를 주거공간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박원갑 위원은 "호텔은 주차 여건이 다세대·다가구주택보다 낫고, 세입자 명도에 따른 매입 지연 문제가 없어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하면 비교적 빨리 100∼300가구 규모의 미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난방과 평면 등을 개선해 주거 편의성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호텔이나 상가를 개조하는 건 1∼2인 가구용 대책인데, 이미 서울시가 호텔을 개조해 청년주택으로 공급해봤지만, 월세와 관리비 등 부담이 적지 않고 주거 여건 등 문제로 상당수가 공실"이라며 "정부가 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해 정책을 냈으면 한다"고 맞섰다.

이날 정부 대책에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권 교수는 이날 전체 공급 물량으로 제시된 11만4천가구가 작지 않은 규모지만, 실제 공급될지를 생각해 보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오늘 대책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다. 지금 당장 전세난이 심각한데, 계획은 내년 후년 물량이어서 걱정"이라며 "그나마 이 계획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2023년 이후에는 어차피 임대사업자 4년 만료에 따른 물량이 나오고 3기 신도시 물량도 나온다. 당장 1∼2년이 문제인데, 이번 대책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도 "정부가 오죽 답답하면 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식의 대책을 내놓겠느냐"면서도 "기본적으로 정책 방향을 시장에 맞추는 쪽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번 대책도 면피용 대책으로 보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 교수는 "공급을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질이 보장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빈집은 비어 있는 이유가 있다"며 "물량만 늘리면 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안이한 생각이고 문제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현 정부가 주택정책을 펼 때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를 훨씬 앞서 고려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임대차 3법을 보완하면 전세시장도 나아질 거다. 후퇴가 안 된다면 조금 손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전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는 정책 기능을 집중하되, 10억원 넘는 전세를 15억원으로 올리는 일까지 정부가 개입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부분은 시장기능에 맡겨두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선의로 해결하는데, 정부가 나서다 보니 보상금이니 위로금이니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명숙 부장도 이날 대책이 당장 전세난 해갈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봤다.

안 부장은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가 문제인데, 계획대로 물량을 쏟아낸다고 해도 단기간에 공급이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를테면 아이들 교육 때문에 특정 지역에 몰리는 수요 등 세밀한 부분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시장 기능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매매시장이 정상화되면 전세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이다. 정부가 보유세 인하와 양도세 감면 등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임대주택의 일반 매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A씨 역시 "정부가 굉장히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전세난 대책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세금·대출 등 각종 제도를 전세시장이 불안하도록 세팅해놓고 공급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주현 교수는 "이번 정부 대책으로 LH와 SH 등 공기업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도 우려된다.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B씨는 "정부가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무시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당위성을 내세워 전세난을 가중한 뒤 또 국민 혈세를 투입해 전세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이날 대책에서도 상업용 시설의 주거용 전환을 빼면 사실상 주택 순증 효과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비판적인 논평을 내놨다.

경실련은 "잘못된 정책으로 전세대란을 불러일으킨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전세임대, 매입임대를 11만4천가구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포장만 임대인 가짜 임대에 불과하다"며 "정말 서민에게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은 연간 2만가구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단기간에 11만4천가구 공급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재벌 계열사 등이 보유한 호텔과 법인 보유의 상가사무실을 고가에 매입해 공공 자금을 퍼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전월세신고제 즉각 시행과 임대보증금 의무보증제 도입 등 세입자 보호정책 보완을 요구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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