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 비핵화 협상, 상향-하향식 상호보완 필요성 공감"
민주당 방미단 면담…"북미대화 경험, 다음 행정부 이어지도록 최선"
송영길 "트럼프,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차기 행정부도 노력 지속해야"
김한정 "북한에 '당근' 연구해야"…윤건영 "하노이 아닌 싱가포르서 출발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7일(현지시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 방식 간 상호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소속 송영길, 김한정, 윤건영 의원은 방미 사흘째인 이날 비건 부장관과 1시간 20분가량 면담하고 한반도 정세와 북미 협상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송영길 TF 단장이 "북한과 대화하는 데 '톱다운'과 '보텀업' 두 방식 간 상호 조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비건 부장관은 "무엇이든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호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방미단이 밝혔다.
톱다운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는 일종의 하향식 접근법을 뜻한다. 반대로 보텀업은 실무협상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간 뒤 이후 정상회담 등 고위급 만남으로 연결되는 상향식 접근법을 일컫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 간 담판 같은 톱다운을 선호했지만 비핵화 방식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로 이어졌고, 이는 톱다운 방식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북한과 협상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북미대화의 경험과 교훈이 다음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향후 북미협상이 지속해서 충실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북미 협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보여준 협조와 지지에 큰 감사를 드린다"는 말도 전했다.
송 단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북 관여 정책은 고립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의미 있는 첫발이었다"고 평가하고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런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6·15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이정표가 돼 한국과 미국 모두 어느 정부라도 상관없이 남북미 관계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공과 성과의 배경에는 현대그룹의 대북 투자라는 비즈니스적인 요소가 기여했던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지금은 핵개발에 따른 엄격한 대북 제재가 존재하기에, 비핵화 협상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함께 '당근'을 주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건영 의원은 "지난 3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준 비건 부장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차기 행정부의 북미 관계는 실패한 하노이가 아닌 싱가포르 회담에서 출발해 국가 대 국가의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