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박 수주도 연말에 몰렸다…조선업계, 선가 추이에 촉각
최근 두달 수주액이 올해 전체의 35~60%…선가 하락 등으로 수주 더 늘듯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연말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선가 하락이 발주를 이끌면서 조선업계가 신조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앞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조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104만CGT)의 69%에 달하는 7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중국(25만CGT·24%)을 따돌리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빅3' 업체들도 전 세계 주요 수주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9월 이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8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3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3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 등 총 26척, 22억 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액인 63억 달러의 35%가량을 최근 두 달간 달성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지난 9월 이후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선 6척과 컨테이너선 6척을 연이어 계약하며 총 24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현재까지 수주금액인 39억5천만 달러의 60%에 달한다.
업계는 최근 수주가 는 이유를 선가 하락에 따른 발주 증가에서 찾고 있다.
올해 신조선가는 하반기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대비 4~5%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이 가장 많이 수주한 VLCC 가격은 지난 4월 척당 9천100만 달러에서 10월 말 8천500만 달러로 떨어졌다.
수에즈막스(S-Max)급 선박 가격도 같은 기간 6천50만 달러에서 5천600만 달러로 하락했다.
2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가격도 지난 4월 말 대비 250만 달러 떨어진 1억4천25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LNG선만 척당 1억8천600만 달러 가격을 유지 중이다.
또 일부 선사는 업황 등을 고려해 연말에 몰아서 발주하는데 이때 기술력이 검증된 한국 업체들을 많이 찾는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해외 조선·해운 분야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올해 초 힘든 시기를 보낸 한국 조선 '빅3' 업체에 건조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체는 국내 발주가 많은 경쟁국 중국보다 수주에 더 목말라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또 쇄빙 LNG선, 해상풍력설치선(WTIV) 등 대형 프로젝트가 올해 아직 남아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물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으로 주요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에 관심을 보이면서 수주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6척에 불과했던 컨테이너선 발주는 3분기 15척, 4분기 16척으로 크게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 시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발주 시장이 재개되고 있다"면서 "선가가 내려가면서 발주가 증가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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