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라하기?…지방선거 패배 브라질대통령 "개표방식 의문"

입력 2020-11-17 03:19
트럼프 따라하기?…지방선거 패배 브라질대통령 "개표방식 의문"

'브라질의 트럼프' 자처 보우소나루,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 안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개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방선거 하루 뒤인 이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지방선거 개표 방식이 결과에 의문을 남긴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지지자들의 말에 "우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개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신뢰할 수 있고 신속한 개표 방식을 마련해야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가깝거나 지원을 받은 후보들도 전자 투표함 보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방선거법원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의 선거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을 수 있었으나 부정선거로 결선투표까지 갔다고 음모설을 주장하면서도 증거를 보이라는 요구에는 입을 닫았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갈등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지지층의 결속력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그의 재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대선 결과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굳어진 뒤에는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시장과 시의원 후보 대다수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