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있는듯" 미국 시골 요양원까지 코로나19 대유행
사망자 폭증 추세…시설 좁고 병원은 멀어
인력·장비 태부족…이미 수용자 9만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마스크 부족과 인력난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시골 요양시설로까지 번지면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월 26일(현지시간)부터 11월 1일까지 한 주 동안 위스콘신, 노스다코타, 몬태나주 등에 있는 시골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2천여명 나왔으며, 이 중 1천9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노스다코타주 그래프턴에 있는 '루서런 선셋 요양원'에서는 지난달 말 거주자 55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으며 이 중 5명이 숨졌다. 직원 중에서도 확진자가 46명 나왔다.
루서런 선셋 요양원 관리자인 트레버 톰킨스는 "직원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했지만, 코로나19는 들불처럼 번졌다"면서 "마치 지옥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여름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몬태나주 해버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는 지난 9월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거주자 68명 중 절반을 넘는 3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중 16명이 숨졌다.
이는 지난 8월 초 이후 최다 규모며, 1차 대유행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미국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에 따르면 10월 26일∼11월 1일 한 주 동안 요양시설 관련 코로나19 사망자의 18%가 전체 요양시설 거주자의 10%를 수용하고 있는 시골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지난 5월에는 요양시설 관련 코로나19 사망자의 4%만 시골 요양시설에서 보고됐다.
반면 지난 5월 말∼6월 초까지는 요양시설 관련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1이 뉴욕 등 대도시에 있는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최근에는 요양시설 관련 코로나19 사망자의 9%만 대도시 요양원에서 나왔다.
시골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N95 마스크 등 보호장비가 부족하고 기존 직원이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빈자리를 메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미네소타주 히빙에 있는 한 요양원은 다른 요양원 직원을 끌어다 쓰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주방위군 측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했다.
노스다코타대 연구 부교수인 쇼나 슈뢰더는 "더 외진 곳에 있는 지역사회일수록 인력을 구하기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시골 요양원들은 시설이 좁아 확진자들을 격리할만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시설 접근성도 좋지 않다고 WSJ은 지적했다.
CMS 대변인은 "시골 요양원의 인력수급 문제를 완화하고 원격진료를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카운티에 있는 요양시설 직원들의 경우 2주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도록 해왔다.
현재까지 미국 요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는 9만여명이다. 이는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36%를 넘는 규모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100만3천469명이었으며, 이 중 24만6천73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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