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정부 속속 코로나 규제 강화…시민들 준수 의지 낮아 우려
확진 보고 적은 토요일도 신규환자 16만6천명…코로나사태후 두번째 최고치
'자택대피 권고하면 따르겠다' 비율 67→49%, '거리 유지 안 지켜' 34→53%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주(州) 정부들이 '자택 대피령'을 부활하는 등 고강도 대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중들은 이런 규제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낮아 사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 공중보건 교수 리애나 웬은 "나라 전역에 걸쳐 코로나19란 불의 폭풍이 번지고 있다"며 "한두 곳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감염의 핫스폿(집중 발병지역)"이라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45개 주에서 전주보다 신규 감염자가 더 늘었다.
토요일인 14일에는 보통 보고되는 신규 환자가 줄어드는 주말인데도 16만6천555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최대치인 13일의 17만7천22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4일에는 하루 사망자도 1천26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도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14일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6만9천455명이었다. 봄철의 정점이었던 5만9천940명을 이미 훌쩍 넘어선 수치다.
여기에 더해 병원들은 독감 환자와도 씨름해야 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시즌에 미국의 독감 입원 환자는 40만명, 사망자는 2만2천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시 정부들은 확산 억제를 위한 규제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유타주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오하이오주는 사업체·점포를 상대로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강화했다. 뉴욕주는 대부분의 술집·식당이 밤 10시 이후 문 닫도록 했고 메릴랜드주는 식당 실내에서 식사할 수 있는 손님 수를 정원의 50%로 낮췄다.
또 뉴멕시코주는 비(非)필수 사업장·가게의 대면 서비스를 금지했고 오리건주는 식당 실내영업 중단, 6명 이상의 사교 모임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애리조나주의 인디언 보호구역 나바호 네이션도 16일부터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비필수 정부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CNN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이 예전만큼 각종 규제를 따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갤럽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건 당국이 자택 대피를 권고하면 이를 따르겠다고 답한 미국인은 49%로 조사됐다. 이는 4월 초의 조사 때 나온 응답률 67%보다 낮아진 것이다.
CNN은 "미국 대중 또는 유권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려던 4월과 비슷한 수준의 열의를 가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은 실제 행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악시오스와 입소스의 10월 말 설문조사에서 53%는 집 밖에서 다른 사람과 6피트(약 1.8m)의 거리를 항상 유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4월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34%에 못 미쳤다.
또 갤럽 조사에선 62%가 전혀 격리 조치를 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격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역시 4월의 30%보다 크게 올라간 것이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은 3월에 효과가 있었던 봉쇄 조치가 이번에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다며 "가게가 문을 열었느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여러분과 나의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가세티 시장은 아는 사람이니 어울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며 봉쇄 조치가 싫다면 "지금 당장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추수감사절 때 다른 가정에 슬그머니 들어가지 마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는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1천94만5천381명, 사망자 수를 24만5천812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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