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신규 정착촌 추진…팔레스타인 반발

입력 2020-11-16 00:04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신규 정착촌 추진…팔레스타인 반발

이스라엘 시민단체 "정부가 미 트럼프 집권 말기 악용"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종교적 분쟁지 동예루살렘에 새로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5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내 기바트 하마토스에 주택 1천257채를 건설하기 위한 입찰을 개시했다고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기바트 하마토스는 이스라엘 정부가 2012년 처음 유대인 정착촌 계획을 발표한 뒤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지역이다.

그동안 보류됐던 정착촌이 건설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이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베들레헴과 동예루살렘을 오가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감시단체 '피스나우'는 기바트 하마토스 내 정착촌 추진에 대해 "평화 전망과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구상)에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피스나우는 이스라엘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말기를 악용해 정착촌 건설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의 대변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도 이스라엘 정부가 2국가 해법을 파괴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착촌을 계속 확대해왔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동예루살렘에는 이스라엘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가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독립국 수도로 간주한다.



AP 통신은 이스라엘의 기바트 하마토스 내 정착촌 추진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착촌 건설 공사가 몇 달 후 시작될 수 있는데 차기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하면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유대인 정착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200여 곳에는 이스라엘인 약 60만 명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의 정착촌 입찰 개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발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프랑스 파리 도착을 시작으로 유럽 및 중동 순방을 시작했고 조만간 이스라엘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찾을 계획이다.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인 무함마드 쉬타예흐는 "정착촌을 정당화하고 (팔레스타인의) 정통성에 타격을 주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정착촌 방문 계획을 비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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