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에 침묵하는 브라질 대통령…"OECD 가입 무산 우려"
'주요 비 나토 동맹국' 지위 상실 가능성도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브라질 정부 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무산과 '주요 비(非)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지위 상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1주일 이상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내년에 출범한 이후에도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OECD 가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후원 아래 OECD 가입을 추진해 왔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브라질의 OECD 가입을 우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브라질을 개도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미-브라질 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미-브라질 커넥트 서밋' 행사의 화상 연설을 통해 "OECD 가입은 브라질 정부의 확고한 목표이며,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지난 2017년 5월 OECD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1994년), 칠레(2010년), 콜롬비아(2018년) 등 3개국이 OECD에 가입했고 코스타리카가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브라질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가진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브라질을 '주요 비(非)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공식 지정했다.
'주요 비 나토 동맹국'은 미군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나토 가입국이 아닌 가까운 우방국에 미국 정부가 부여하는 지위로 한국, 호주, 아르헨티나, 쿠웨이트 등 17개국이 이 지위를 갖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브라질의 OECD 가입과 '주요 비 나토 동맹국' 지위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거나 동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사안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는 브라질 정부의 경제팀과 군부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한편,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도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인 모우랑 부통령은 전날 브라질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바이든의 승리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해야 하며, 이 문제로 양국 간에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그의 재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대선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굳어진 뒤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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