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주의보 뒤 돌돔 집단 폐사…금감원 "보험금 지급해야"

입력 2020-11-15 06:19
풍랑주의보 뒤 돌돔 집단 폐사…금감원 "보험금 지급해야"

"주의보만큼 바람 안 불었지만 바람 따른 질병으로 폐사 고려"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풍랑주의보가 발령되긴 했으나 실제로는 바람이 그 정도로 세지 않았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 어민이 수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분쟁조정에서 수협이 신청인 요구대로 약관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경남 통영에서 돌돔을 양식하는 어민 A씨는 2018년 12월 '자연재해 원인 수산질병 손해 담보 특약'이 포함된 수협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양식 어류가 자연재해 때문에 이리도바이러스병 등 수산질병에 걸려 폐사하면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바람·물결에 의한 자연재해는 기상청에서 풍랑주의보·풍랑경보를 발령한 경우, 또는 인근 관측소 측정 결과 해상 풍속이 3시간 넘게 초속 14m 이상으로 유지되거나 유의 파고가 3m 이상이 된 때로 규정했다.

A씨가 키우던 돌돔 8만 마리는 작년 8월 21∼24일 폐사했다. 기상청이 8월 11일 통영에 풍랑주의보를 내렸다가 2시간30분 만에 해제한 뒤 약 열흘 만이었다.

약관상 손해보상 대상 기간은 자연재해 발생·종료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수산질병이 발생한 경우이기 때문에 기간은 문제가 아니었다.

수협 측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긴 했으나 실제 측정된 기상상태는 풍랑주의보 발령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을 들어 약 4억원의 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풍랑주의보는 예보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측이 대립하면서 이 사안은 결국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까지 올랐다. 분조위에서 양식 어민 관련 보험 분쟁 사안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보험 약관상 자연재해 기준이 풍랑주의보가 발령됐거나 '또는' 실제 관측된 기상 상태가 특정 기준에 도달했을 경우라는 점을 주의 깊게 살폈다.

약관 어디에도 실제 기상 상태가 예보와 다르면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는데 근거 없이 약관을 달리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양식장 돌돔에 대한 검사에서 이리도바이러스가 검출된 점, 자연재해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기관의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 태풍이 치거나 풍랑이 거셌던 경우 별다른 이견 없이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이전에는 비슷한 분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수협 측은 이번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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