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대선 불복 시위 참가 대학생 약 300명 제적"

입력 2020-11-14 01:50
"벨라루스서 대선 불복 시위 참가 대학생 약 300명 제적"

앞서 제적 지시 루카셴코 대통령 "복학 심사 허용" 홍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3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수백 명의 대학생들이 야권의 저항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제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야권 시위를 촉발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대선 불복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약 300명이 학교에서 제적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이들이 정신이 이상하거나 나쁜 학생들이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몇몇은 아주 능력 있는 학생들"이라고 짐짓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카셴코는 제적 학생 문제와 관련해 관련 부모들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선처와 복학 조치를 요청하는 많은 편지가 오고 있다면서 교수와 학생대표, 정부 기관 등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제적 학생들의 복학 문제를 심사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처벌받아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선처를 베풀었다는 자기 홍보성 발언이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을 학교에서 제적시켜야 한다면서 학교와 관계 당국에 엄단을 지시한 바 있다.

그는 "학생들은 공부하러 온 것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 법을 어기고 무허가 시위에 나간 학생은 학생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그들을 군대로 보내든지 제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다수 재학생이 시위에 참가한 3개 대학 총장들을 직무 태만을 이유로 교체하기도 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에도 전격적 사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갑자기 사퇴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때가 되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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