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못버틴다"…코로나19에 이탈리아 의료체계 대혼란(종합)
입원 환자 3만4천여명 역대 최대…병상 점유율도 50% 초과
허약한 남부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대기 중 숨지는 사례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최근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봄과 같은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체계가 빈약한 남부지역은 이미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3만4천144명으로 역대 최대다. 1차 유행 때인 4월 4일에 기록한 최고치(3만3천4명)를 뛰어넘은 것이다.
중환자 수도 3천230명으로 기존 최고 기록(4월 3일·4천68명)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일선 병원은 물밀듯이 밀려드는 환자로 대혼란에 직면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11일 기준 코로나19 환자의 병상 점유율은 전국 평균 52%로 정부가 경계선으로 설정한 40%를 훌쩍 넘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북부 지역의 경우 피에몬테주 92%, 롬바르디아주 75% 등으로 사실상 정상적인 의료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병원은 수술·소아·노인병동 등을 코로나19 병동으로 전용하는 등 환자 수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밀라노 북부 치르콜로병원의 중환자병동 책임자인 루카 카브리니는 "한계선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리 멀지 않다"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코로나19 환자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다른 질병의 환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북부지역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훨씬 낙후한 남부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체로 피해가 북부지역에 한정됐던 1차 유행과 달리 바이러스가 남부까지 밀려 내려오면서 허약한 의료 체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캄파니아주 나폴리 최대 규모로 꼽히는 카르다렐리병원에서는 고령의 환자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현지 사회를 경악게 했다.
84세의 이 남성은 코로나19 응급병동에서 치료 순번을 기다리다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이 남성이 화장실에서 1시간30분간 의료진의 도움을 기다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장면을 영상에 담아 공개한 로사리오 라모니카라는 이름의 남성은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모니카의 영상을 보면 당시 병동 내 10여개 남짓한 병상은 이미 환자들로 가득찬 상황이었다.
나폴리 지역에서는 병원 응급실의 빈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확산세가 지속하면 최소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남부 시칠리아주 주도인 팔레르모 당국은 현재의 확산세가 지속하면 "대학살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의료시스템이 망가진 가운데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비상용 산소통 구매에 나서면서 약국에선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나폴리 약사단체는 생산업체에서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기준 이탈리아의 하루 확진자 수는 4만90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4만 명 선을 넘었다. 하루새 발생한 사망자 수는 550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110만7천303명, 총사망자는 4만4천139명이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