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웡 "홍콩의회 견제와 균형 사라져…다른 방식으로 투쟁"

입력 2020-11-14 07:07
조슈아 웡 "홍콩의회 견제와 균형 사라져…다른 방식으로 투쟁"

이메일 인터뷰서 "야당, 의회 장식품 전락 대신 동반사퇴 당연"

"미 새 행정부, 홍콩의 악화한 상황 개선해주길" 기대감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24)은 홍콩 입법회에서 야당 의원 4명이 축출된 사태와 관련해 14일 "체포가 뒤따른다면 반대파 근절을 겨냥한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웡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비록 의회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없어도 홍콩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소셜미디어 등 다른 새로운 수단을 통해 계속 투쟁해 갈 것이며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도 이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웡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미국 대선 직후 중도 민주 의원 4명을 축출한 결정은 중국이 민주 활동가들을 여전히 주시하고 있으며 전문 엘리트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홍콩 사법부도 입법부도 가차 없이 무시했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모든 유망한 민주 후보들의 차기 선거 출마 기회가 효과적으로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소중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의 약속을 파기하겠다는 명백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웡은 더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이 자신을 포함해 더 많은 민주활동가들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아래 묶어두려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축출된 네 의원은 앞서 지난 7월 '외국 정부의 개입을 호소했다'는 조작된 주장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는데 이제 그들은 같은 이유로 의원직이 박탈됐다면서 "체포가 뒤따른다면 반대파 근절을 겨냥한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애초 9월 6일 제7대 입법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7월 31일 선거를 1년 뒤로 전격 연기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8월 11일 제6대 홍콩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를 제7대 입법회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연장했다.

웡은 "이런 조치는 중국이 당시 선거를 치렀다면 친중파가 다수를 장악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 의원의 축출에 항의해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이 동반 사퇴한 것과 관련해 "범민주파 의원들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의회 내 구색맞추기식 장식의 역할을 하는 대신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 홍콩 의회에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웡은 이제는 입법회 의석을 차지하거나 거리 투쟁만이 민주화 활동 방식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동원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많은 홍콩인들이 온라인 집회를 열었고, 인기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 이용자들이 게임 도중 시위를 조직하면서 해당 게임이 중국 본토에서 차단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그는 전했다.

또한 매일매일 트위터를 통한 조직적 활동도 중국 정부의 선전전을 교란하는 막강한 힘을 과시했으며, 일상에서는 시민들이 아무리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도 민주 활동을 지지하는 식당을 애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생활 속 투쟁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화 활동가들이 기소돼 법정에 서면 방청을 통해 지지를 표하고, 수감되면 면회를 자주 가며, 구금된 시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도 있다면서 "이러한 선행들은 시위의 선봉에 서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며 "전장이 변화할지라도 홍콩의 변화를 이끌 수단은 홍콩인들이다"고 강조했다.

웡은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서도 기대를 했다.

그는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홍콩인들은 미 새 행정부가 홍콩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보호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억압에 맞서 홍콩인들을 지지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기로 (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는 지난해 제정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의 공동 발의자이고,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도 탄압을 비판하고 외교정책에서 미국적 가치의 회복을 촉구했다"면서 "홍콩인들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홍콩의 악화한 상황을 개선해주고 중국이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중국과의 대화나 교섭 정책은 중국에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웡은 "미 새 행정부가 최근 몇년간 극적으로 변화된 상황과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면서 "미국은 모든 민주국가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보호하는 선봉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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