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강의 들으려 8m 나무에 올라…러 농촌 대학생 사연

입력 2020-11-13 10:17
화상 강의 들으려 8m 나무에 올라…러 농촌 대학생 사연

열악한 인터넷 환경 SNS 하소연에 지방정부 "학생 도울 것"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화상강의를 듣기 위해 무려 8m 높이의 자작나무에 올라가야만 하는 러시아의 한 대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청년은 자신이 사는 지역은 나무에 올라가야만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주지사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21살의 대학생인 알렉세이 두돌라도프다.



13일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옴스크주(州) 주도인 옴스크시(市)에 있는 수상교통대에 재학 중이다.

2학기 수업에 들어간 이 대학은 지난 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든 강의를 화상으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알레세이는 고향에서 화상으로 강의를 듣기로 마음을 먹고, 옴스크시에서 차로 4시간(약 240㎞) 거리에 있는 나즈바예프스키 지역의 스탄케비치 마을로 떠났다.

그의 부모님이 사는 스탄케비치 마을은 인구 39명의 작은 농촌 지역이다.

하지만 알렉세이가 사는 마을은 열악한 인터넷 환경 탓에 화상강의를 제대로 듣기가 어려웠다.

알렉세이는 대학의 화상강의를 듣기 위해 마을에서 300m 떨어진 무선 통신이 잘 되는 곳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그는 또 거기에서 8m 높이의 자작나무에 직접 올라가야만 화상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설명했다.





겨울철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 속에서 수업을 더는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알렉세이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열악한 현실을 공개했다.

그가 SNS에 올린 동영상 게시물은 조회 수가 100만 건을 넘으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방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옴스크 지방정부는 "우리는 반드시 알렉세이를 도울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그에게 알맞은 교육 과정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농촌 지역의 열악한 인터넷 시설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알렉산드르 부르코프 주지사는 농촌 지역에 인터넷 연결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통신회사들이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곧바로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화상수업으로 전환하는 교육기관 역시 늘고 있다.

[현지 언론 '360도'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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