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킬 박사냐 하이드냐"…머스크 변덕에 직원들 전전긍긍

입력 2020-11-13 10:00
"오늘은 지킬 박사냐 하이드냐"…머스크 변덕에 직원들 전전긍긍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실패하면 그날은 지옥"…직원들 토로

"테슬라 상장폐지 소동 후 머스크 트윗 점검도 직원들 일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오늘은 지킬 박사냐 하이드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괴짜' 기업인 일론 머스크(49)의 성격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일화가 직원들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미국 연예매체 베니티 페어는 12일(현지시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 전·현직 직원들과 지인 1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머스크의 '심기 경호'였다.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소설 속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머스크의 하루 기분을 살피는 것이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한 임원은 사무실에 들어오는 머스크가 지킬 박사인지 하이드인지 알기 위해서 직원들이 머스크 기분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이스X가 로켓을 발사하는 날이면 테슬라 모든 직원은 성공 여부를 주시한다"며 "만약 로켓 발사가 실패하면 테슬라 직원들까지도 대가를 치러야 할 지옥이 있다는 뜻이고, 누구도 머스크와 통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은 머스크의 변덕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2018년으로 꼽으며 그 해를 '420달러의 여름'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당시 월가가 앞다퉈 테슬라 주가를 부정적으로 전망하자 머스크는 2018년 8월 홧김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장폐지' 소동을 벌였다.

머스크는 당시 이 발언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큰 홍역을 치렀다. 거짓 발언으로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은 출근하면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에 들어가 돌출 발언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고 한 임원은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매일 일어나 머스크 트윗을 보면서 '오 신이시여. 이제 어쩌시렵니까'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함께 일했던 전 직원은 "머스크에게 '제정신을 잃을까 봐 걱정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그때 머스크는 '미친 사람이 거울을 보고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아느냐'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420달러의 여름'을 보내고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언론에도 차갑게 돌아섰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들을 차단했고, 올해 들어 회사 홍보팀마저 없앴다고 베니티 페어는 밝혔다.

베니티 페어는 직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머스크에게 연락했지만, 머스크는 "베니티 페어는 역겹다(Sxxxx)"는 공식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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