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제브라피시 인공장기로 환경호르몬 평가…동물실험 대체 가능"
KIST 유럽硏 김용준 박사 "제브라피시 간세포 인공장기 개발…동물 대체 환경독성 평가기법 확립"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한국 연구진이 내분비 장애 물질(환경호르몬) 등 화학물질이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제브라피시 인공장기(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5일 KIST 유럽연구소 환경안전성연구단 김용준 단장팀이 미국 일리노이대 공현준 교수팀과 함께 제브라피시의 간을 모사한 오가노이드를 배양, 화학물질의 환경에 대한 장기적 독성 및 유해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새로 개발된 화학물질을 사용한 화장품 등은 인체 독성과 환경 독성 등을 평가해 기준을 충족해야 판매할 수 있다. 비스페놀A(BPA) 같은 환경호르몬은 이런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유통이 금지된다.
화학물질의 환경독성 평가에는 물벼룩, 녹조, 제브라피시 등이 사용돼왔다. 특히 인간과 유전자가 90% 이상 같은 제브라피시는 화학물질이 내분비계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지표물질인 '비텔로제닌'(VTG)에 대한 유해성 평가에 널리 이용된다.
하지만 제브라피시는 최근 척추동물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실험에 사용할 수 있게 돼 이를 대체할 환경독성 평가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브라피시를 대체하려고 제브라피시 간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고농도 VTG를 생성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배양할 수 없어 실제 독성평가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의 간세포를 배양할 때 지지체로 콜라겐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콜라겐과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을 혼합해 오가노이드 지지체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브라피시 간세포를 28일 동안 형상을 유지하며 장기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콜라겐과 PEG를 혼합한 오가노이드 지지체를 사용하고 제브라피시 간세포의 섬유화를 유도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지지체 탄력성이 높게 조절돼 세포의 자가 결합이 유도되면서 오가노이드가 효율적으로 형성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6주 이상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만성독성 시험용 제브라피시 인공 간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환경호르몬의 장기적 영향 등에 대해 직접 제브라 피시를 대상으로 시험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김용준 단장은 "앞으로 다양한 내분비 장애 물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독성 신호체계를 개발, 환경 독성 분야에 새로운 대체 시험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