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前대통령 리비아 뒷돈수수' 증인 진술번복…"돈 안줬다"(종합)

입력 2020-11-12 23:12
'프랑스 前대통령 리비아 뒷돈수수' 증인 진술번복…"돈 안줬다"(종합)

대선 앞두고 사르코지에 카다피 자금 건넸다고 주장한 사업가 말 바꿔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징역형 선고받고 해외 도피중…"진술 검증 어려울 것"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마련한 뒷돈을 건넸다고 주장해온 핵심 증인이 돌연 말을 바꿨다.

2011년 사망한 카다피 측에서 마련한 불법 정치 자금을 2006년 말∼2007년 초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해온 사업가 지아드 타키에딘은 11일(현지시간)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기 중개 사업을 하는 타키에딘은 주간지 파리마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리비아의 대선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았고, 카다피도 (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레바논 국적을 모두 가진 그는 그간 언론 인터뷰는 물론 법정에서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파리를 오가며 총 500만유로(약 66억원)의 현금을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애초 진술은 여행 가방에 돈을 담아 당시 선거캠프에서 회계를 담당하던 클로드 게앙 전 내무부 장관에게 2차례,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1차례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르코지 캠프와 리비아 정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던 타키에딘은 수사 담당 판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판사는 내가 하는 말과 내가 그간 해왔던 말과 완전히 상반되는 말을 하도록 만들었다"며 "사르코지 캠프로 흘러간 자금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타키에딘은 프랑스 법원에서 지난 6월 다른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도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머물고 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이와 관련, 르파리지앵은 그가 지난 몇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진술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언을 검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키에딘이 프랑스에 발을 들이면 즉각 체포될 것이기에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위해 진술을 하러 법정에 출두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법당국의 수사는 타키에딘의 거짓 진술에만 기반해 이뤄졌고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했다"며 "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다"고 썼다.

프랑스 경제범죄전담검찰(PNF)은 지난달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카다피 정권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불법 정치 자금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2012년 3월 카다피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으로 5천만유로(약 657억원)를 건넸다는 문서를 보도한 바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대선자금을 조성한 혐의, 앞선 다른 불법 대선 자금 재판에서 판사를 매수하려 한 사법 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2018년 기소된 상태다.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2년까지 집권하고 재선에 도전했으나 중도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패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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