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권교체 혼란 속 홍콩·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고조(종합)

입력 2020-11-12 17:39
미 정권교체 혼란 속 홍콩·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고조(종합)

중국, 홍콩의회 반대파 제거에 미국 "추가 제재" 강행

미국-대만 훈련·경제협력에 중국 "마지노선 위협 간주"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김윤구 특파원 = 미국 정권교체기 혼란 속 태평양 건너 홍콩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운운하는 미국의 내분 속 중국은 홍콩 의회를 장악하고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악화한 미중 관계가 혼란기 홍콩·대만 문제를 기폭제로 무력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중, 홍콩 의회 '반중 목소리' 제거…미 추가 제재 시사

중국은 서방의 강력한 비판 속 지난 6월 30일 이른바 '무소불위'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밀어붙인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홍콩 의회인 입법회 내 '반중 목소리'를 의원직 박탈을 통해 제거해버렸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애국심'을 골자로 하는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요건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직후 홍콩이 4명의 야당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고, 이에 반발한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이 항의의 의미로 동반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홍콩 입법회 70명 의원 중 야권인 범민주파 의원 19명 전원이 한꺼번에 물러나게돼, 입법회는 친중 의원들로만 채워지게 됐다.

중국의 이번 결의안 채택은 미국의 정권교체기 혼란을 틈타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파의 목소리를 서둘러 제거해 분란의 싹을 아예 제거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 선언을 한 후에도 홍콩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한 미국은 이번에도 즉각 반응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독재가 홍콩에까지 뻗쳤고, 중국공산당이 입법기관에서 모든 반대의 목소리를 제거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합당한 권력을 동원해 홍콩의 자유를 말살하는 데 책임이 있는 자들을 색출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이틀 전에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집행하는 데 조력했다"며 덩중화(鄧中華)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 등 4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등 홍콩의 전·현직 고위 관리 11명을 같은 이유로 제재한 데 이은 추가 제재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의 행위는 홍콩 사무에 대한 공공연한 간섭이자 중국 내정을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맞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 박탈과 관련 "미국 의원들은 미국의 헌법에 충성해야 하고 영국에서는 여왕에게 충성을 거부하면 의원이 될 수 없다"면서 미국 등 서방의 비난에 대해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방을 향해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 9일부터 대만과 군사훈련…중, 대만 방공식별구역 계속 침범

대만에서는 현재 미군과 대만군의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미국 특수부대는 지난 9일부터 대만에서 4주 일정으로 대만군을 대상으로 침투작전 등 실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은 지난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해당 훈련을 "마지노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대만 차이잉원 정권은 미국의 부추김 속에서 중국을 도발하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대만과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돌리며 막판 중국 때리기에 전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실제로 중국을 자극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번 대화는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인 대만과의 경제관계가 단단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며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대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은 최근 10여년 사이 대만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 인사 중 한 명으로 지난 9월 그의 대만방문에 미국·대만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은 미국이 눈엣가시인 대만과 노골적으로 협력을 강화하자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 대만 관리 간 교류를 일관되고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의 관급 교류와 접촉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관계 증진 역시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경질로 중미 간 충돌 가능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SCMP는 중국은 에스퍼의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C. 밀러 대테러센터장이 임명되자 미 국방부의 대 중국 강경기조가 더 강화될 가능성에 더해 우발적 충돌의 위험도 고조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중국은 미국이 이미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하는 당사자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한 상황에서 안보수장을 교체하자 "군사적 모험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만 언론은 중국 군용기가 미 대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지난 10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데 이어 11일에도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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