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대치' 트럼프-바이든 '동상이몽' 전몰장병 참배

입력 2020-11-12 10:26
수정 2020-11-12 14:09
'대선불복 대치' 트럼프-바이든 '동상이몽' 전몰장병 참배

트럼프, 며칠만에 노마스크 공식석상…'불복지속·지지층 결집' 행보 관측

바이든, 한국전 기념비 참배…'승리자·동맹중시' 메시지 담은듯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각각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찾았다.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나란히 참배를 통해 전몰장병들의 희생을 기렸지만 11·3 대선 이후 두 사람이 처한 위치가 대비되는 상황이어서 참배를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불복에도 불구하고 '퇴장'의 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에 몰렸고 바이든 당선인은 '새로운 미국'을 예고하며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위한 정권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바이든 당선인은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대조를 보였다.



◇트럼프 오랜만에 공식 석상 등장…대선불복 지속 의미 관측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지를 찾아 약 10여 분에 걸쳐 헌화와 묵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는 대선 패배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의 대선 불복을 시사한 지난 5일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심야에도 트윗을 날리며 부정선거 주장을 지속하는 한편, 7일 버지니아 스털링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접했으며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골프를 쳤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공개 행보는 참배에 더해 '대선 불복' 지속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의미가 덧붙여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참배를 수행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사실상 거들면서 조직적 행보라는 평가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위해 희생한 전몰장병들의 넋을 기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따른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항의시위 사태 군(軍) 동원에 반대한다고 공개적 항명을 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지난 9일 전격 해임, 두 달여 남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때까지 '트럼프 리스크', 이른바 '트럼프 발 글로벌 안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몰장병에 대한 인식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당시 프랑스 땅에 묻힌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loser), '호구'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하면서 거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당시 보도를 부인했었다.



◇바이든, 한국전 기념비 참배…대선승리·한미동맹 중시 메시지 담은듯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의 기념비를 찾은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참배는 여러 의미가 중첩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약 15분에 걸친 참배에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참전용사들에게 나는 여러분의 희생을 존경하고 봉사를 이해하며 국방을 위해 그렇게 용감하게 싸운 가치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 및 전몰장병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 전몰장병들에 대한 '패배자' 언급 논란으로 곤경에 처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참배는 또 자신이 이번 대선의 분명한 '승리자'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고히 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이후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주요 동맹국 정상들은 물론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도 첫 전화 통화를 했다.

바이든 후보는 동맹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미국 우선주의로 훼손된 동맹 복원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이날 참배 장소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택한 것도 주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 한국 측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면서 한미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참배는 한미동맹 중시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막판이던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피로 맺어진 동맹", "강력한 동맹"이라면서 한미동맹의 상징적 표현인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를 외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기존 접근법을 '협박', '갈취'(extort)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