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번아웃되면 업무 스트레스 더 심해진다"
탈진 상태선 스트레스 대응력 크게 떨어져
종단 연구 48건·2만6천 명 분석…국제 심리학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번아웃(Burnout) 증후군은 일 중독에 빠져 탈진 상태에 이르는 걸 말한다.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쌓이면 무기력증, 불안감, 자기혐오, 분노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게 번아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발표한 제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과 관련한 문제 현상으로 정의했다.
질병으로 분류한 건 아니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런 번아웃 증후군과 직장의 업무 스트레스가 서로 강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목할 대목은, 번아웃이 업무 스트레스를 심화하는 부분이 그 반대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번아웃 증상이 심해질수록 시간적 압박과 같은 직장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는 걸 시사한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JGU)의 크리스티안 도르만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학술 저널 '사이콜로지컬 불리틴(Psychological Bulletin)'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번아웃과 직업 스트레스를 주제로 수행된 48건의 종단적 연구(전체 대상자 2만6천319명) 결과를 메타 분석했다.
개별 연구가 시작된 초기에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42세였고 이 중 44%가 남성이었다.출신국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아공, 호주,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이 포함됐다.
보통 업무 스트레스가 번아웃을 유발할 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에 반하거나 상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이 업무 상황에 의해 촉발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번아웃은 일단 시작되면 오랫동안 단계적으로 발달해 더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이 업무 스트레스에 미치는 이런 여파는, 직무를 더 잘 통제하거나 동료나 상사의 도움을 받으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
번아웃이 업무 스트레스에 미치는 강력한 부메랑 효과는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핵심은, 지각된 업무 스트레스에 미치는 번아웃 효과를 어떻게 경감하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하는 것이다.
도르만 교수는 그 출발점을 관리 행동(management behavior)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언제라도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피드백을 다른 사람한테 주고, 평가받는 기회가 직장인들에게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적절히 회복하게 되면, 번아웃의 끝 모를 침체(downward spiral)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조언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크리스티나 구티어 박사는 "탈진 상태가 되면 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떨어져 가벼운 업무도 매우 힘든 일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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