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액체가 유리로 변하는 순간 관찰…유리 이해·응용 확대 기여"
IBS·프랑스 연구팀 "유리 입자끼리 임계점에서 뭉치는 '케이지 형성' 과정 첫 규명"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텨(CNRS) 연구팀이 액체 상태의 입자가 단단한 유리로 변하는 순간을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움직임을 밝혀냈다.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UNIST 화학과 특훈교수)과 보리 선임연구원은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액체 상태 유리 입자 하나를 레이저로 자극한 뒤 주변 입자들로 움직임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관찰,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이동성 증가와 집합적인 움직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리 구성 입자들은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어 액체와 비슷하다. 유리는 높은 온도에서는 액체였다가 온도가 내려가면서 유리가 되며 특정 임계온도부터 유리의 특징인 높은 점성이 나타난다. 유리가 단단해지는 이유는 주변 입자들에 둘러싸이며 입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케이지 형성'(cage formation)'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케이지 형성이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었다.
그간의 유리 형성 과정 연구는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전체 유리 입자를 평균적으로 추적하는 데 그쳐 개별 입자의 반응이나 국소적인 움직임은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개별 콜로이드 유리 입자를 자극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집중된 펨토초 레이저를 개발하고, 이 레이저로 입자 한 개를 자극한 뒤 주변 입자들로 움직임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분석했다.
콜로이드는 입자 크기가 1~100㎛로 나노입자보다 커서 관찰이 쉽고 작은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펨토초 레이저는 10의 15제곱(펨토)인 1천조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 매우 큰 출력을 내는 레이저다.
실험 결과 콜로이드 유리 입자들은 임계점에서 입자 이동성이 가장 크게 증가하며, 케이지 형성의 특징인 집합적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입자들이 임계점에서 가장 많이, 가장 멀리 이동해 변형되기 쉬운 상태가 될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입자들이 군대처럼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됐다며 이는 연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유리 입자가 '케이지 구조'를 형성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리 전이 과정은 특정 시점에 액체가 격자구조를 만들어 고체가 되는 금속 등과 달리 서서히 일어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고 임계점에서 입자가 갑자기 '케이지 구조'를 형성해 움직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은 이 연구로 유리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돼 향후 유리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는 신소재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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