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홈쇼핑도 통합…유통업 생존경쟁 불붙었다

입력 2020-11-11 09:49
편의점·홈쇼핑도 통합…유통업 생존경쟁 불붙었다

GS발 지각변동 가능성…온·오프라인 경계 없애고 융합·제휴 바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내년 7월 '편의점 1위'인 GS리테일과 '홈쇼핑 1위'인 GS홈쇼핑의 합병이 가져올 국내 유통시장의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나 네이버 등 초대형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 수준을 넘어서 GS가 '레드오션'인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새 실험에 나섰다는 인식에서다.

업계서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탄탄한 재무구조를 토대로 새로운 유통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에 지각 변동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 규모보다는 새 사업모델에 주목

합병 존속기업인 GS리테일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산 자체보다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통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합병 후 GS리테일의 자산은 9조원, 연간 취급액(거래액)은 15조원으로, 여전히 롯데쇼핑(자산 33조원), 이마트(연간 매출 19조원), 네이버쇼핑(연간 거래액 20조원) 등에 못미치지만 내용 면에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GS리테일이 전국 1만5천여개의 편의점 점포와 320여개의 슈퍼마켓, 6개 호텔, 3천만에 가까운 TV 홈쇼핑 시청가구, 1천8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쇼핑몰을 한꺼번에 거느리게 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TV와 모바일을 통한 판매를 편의점과 연계하는 수준에서 시작해서 유기적인 동시 유통망 구축에 성공할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판매를 서로 견인하는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온라인 유통 강자인 아마존이 온라인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고를 연 것처럼 GS리테일도 온라인 판매모델을 전국의 편의점을 통해 직접 만나보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오프라인상의 인기 아이템도 온라인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GS가 전날 합병 이유로 '성장 돌파구 기대'를 꼽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편의점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고 홈쇼핑은 과거보다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인데 사업 다변화를 통해 양쪽 모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열 수 있다.

통합된 고객 데이터도 중요한 성장 토대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업체가 아니라 IT업체로 보는 중요한 이유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요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 물 흐르듯 빠른 배송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GS 역시 이번 합병으로 유통과 배송망을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유통업 격변의 바람…생존 경쟁 가열 전망

GS의 통합 시도는 다른 유통업체의 변화와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 강자인 쿠팡이나 네이버는 모두 오프라인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고, 롯데와 신세계 등은 온라인이 여전한 약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역시 약점을 보완하면서 대응에 나설 필요성을 더 긴박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네이버와 CJ그룹이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것처럼 업체 간 전략적 제휴나 사업 확대, 합병 등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선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뉜 형태로는 확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관련 업체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업 기틀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1일 "지금 업계서는 빠른 변화 속에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온·오프라인 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장 재편과정에서 업체들의 물류 네트워크 확충을 위한 경쟁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앞으로 생존 여부는 기존의 낮은 가격과 상품 구색에 더해 전국 단위 물류망을 기반으로 한 상품 구색과 빠른 배송이 좌우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네이버가 CJ그룹과 사업제휴에 나선 배경도 CJ대한통운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약점으로 손꼽힌 물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도 빠른 속도로 물류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이마트 또한 물류 센터를 확대하며 온라인 거래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GS리테일도 이번 합병 결정을 두고 "국내 유통업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의 탄생"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물류 인프라와 배송 노하우의 결합으로 종합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사업으로 진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2018년 CJ그룹의 커머스 계열사인 CJ오쇼핑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계열사인 CJE&M이 합병해 탄생한 CJ ENM이 합병 당시의 기대와 달리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 평가가 있는 것처럼 GS리테일 합병이 외형적 통합에 그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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