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스가 면담 성사…한일관계 개선 실마리 찾나
문대통령 관계 정상화 의지 전달…스가 "한국이 계기 마련해야"
징용 문제 놓고 입장차 여전…"복잡하게 얽혀 복합 작업 필요"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함에 따라 얽히고설킨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8일 일본을 비공개로 방문한 박 원장은 방문 첫날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만난 데 이어 전날에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내각정보조사관과 각각 면담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스가 총리를 예방했다.
스가 총리와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박 원장과 20년 이상 의형제처럼 지낸 자민당의 실세 니카이 간사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 박지원 "한일 정상 해결 필요성 공감"
박 원장은 예방이 끝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가) 총리에게 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고 저도 충분히 말씀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계속 대화를 하면 잘 되리라 본다"고 낙관했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를 만나 우리 정부가 연내 서울 개최를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담 참가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새로운 한일 관계의 방향을 담은 한일 정상의 공동선언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원장은 오는 11일 3박 4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에 이어 오는 12~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이끄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 7명도 일본을 방문해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할 예정이다.
◇ 일본 고위 관계자들 "한일 대화 의미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한국 정부와 정치권 인사의 방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지원 원장을 포함해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방일해 한일 관계와 북한 정세에 대해 일본 측 관계자와 대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전날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의 만남에 대해 "일한 관계가 현재 엄혹한 상황이지만 오랜 친구인 두 사람 사이에서 대화나 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해 "간단히 끝나는 일이 아니다"며 "사안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복합적으로 작업이 들어갈 일"이라고 말했다.
핵심 갈등 현안인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측에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가 총리도 이날 박 원장을 만나 징용 문제와 관련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 "징용 문제 해결에는 정치적 결단 필요"
일본 방문을 앞둔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10일 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징용 문제와 관련 "사법 판단에 개입하면 혼란을 일으킨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폭은 매우 좁지만, 해결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경제 문제 등도 포함한 패키지로 해결하고 싶다"면서 "여러 해결 방안을 일본 측에 전달했으며, 그중의 하나는 나의 방안이지만 코멘트는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일 기간 "(한일의원연맹의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 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도 회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일의원연맹 측은 스가 총리와의 면담도 희망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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