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 트럼프에 일격…伊 베를루스코니 "너무 거만했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한때 이탈리아 정계를 주름잡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4) 전 총리가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너무 오만했다"고 직격했다.
'TGCOM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8일 밤(현지시간) 방송된 한 토크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귀결된 미국 대선을 총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공격적인 태도, 특히 매우 종종 거만한 태도를 보여줬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에게 좋은 정부를 이끌어달라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미국은 이번 선거를 통해 분열됐다. 그가 강조한 것처럼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필요가 있다. 그게 우리 모두에게도 좋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우파 정당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를 이끄는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정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다. 미 대선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 이름이 알려진 몇 안 되는 이탈리아 정치인 가운데 하나다.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이탈리아 정계의 우파 연합 일원이자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바이든 당선 소식에 아직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그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트럼프' 이름이 찍힌 마스크를 쓰고 공개석상에 등장해 유럽 언론으로부터 '트럼프의 치어리더'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개표 작업이 본격화하며 바이든 후보 당선이 점점 굳어지자 "유권자보다 표가 더 많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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