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상원 탈환' 불투명…바이든-매코널 '케미' 주목

입력 2020-11-09 16:42
수정 2020-11-09 18:08
[바이든 시대] '상원 탈환' 불투명…바이든-매코널 '케미' 주목

내년 1월 조지아주 결선투표, 공화 다수당 수성시 매코널 협조 중요

과거 협상 타결 이력-개인적 친분…"꽤 잘 지내고, 서로 존경"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미국 대선 이후 바이든 당선인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주) 상원 원내대표 간 '케미'(궁합)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지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백악관을 차지했지만,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가 상원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는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상원의 권력 지도는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치러지는 상원 의석 2곳에 대한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수성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매코널 원내대표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매코널 원내대표 간 과거 협상 이력과 개인적 친분에 주목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인 지난 2011년 7월 국가채무 디폴트 위기 때 당시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협상 타결을 주도한 적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토요일에 매코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대화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자신의 회고록 '더 롱 게임'(The Long Game)에서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제안으로 세금·재정과 관련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됐고, 이는 연방정부를 재정위기로부터 구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상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매코널 원내대표와 개인적 친분도 쌓아왔다.

바이든 당선인의 장남인 보 바이든이 지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매코널 원내대표는 직접 장례식에 참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주최한 행사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자 협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떻게 '주고받기'를 하는지를 아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묘사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매코널 원대대표는 2016년 한 행사에서 "그(바이든)는 내가 왜 틀렸는지를 말할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핵심을 파악할줄 안다"면서 "우리 사무실에서는 '조와 통화를 하는 것'은 진지해질 시간이라는 줄임말과 같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부비서실장으로서 2010~2013년 바이든 부통령과의 협상에 배석했던 로릿 쿠마르는 "그들(바이든-매코널)은 실제 꽤 잘 지낸다. 서로에 대한 많은 경의(존경)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과 매코널 원내대표 간의 친분과 케미가 '바이든 시대'에서도 긍정적 방향으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의 승리를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증거 제시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를 불복하고 있는 가운데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선 승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NYT는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은 물론 부통령직을 끝으로 그동안 공직을 떠난 이후,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4년간 공화당과 민주당의 관계가 악화한 상원에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오랜 친구'인 매코널과 잘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상당수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은 '매코널이 바이든의 점심을 먹어 치울 것'이라는 다소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공화 및 민주 양당 관계자들과 매코널 원내대표의 주변 인사들은 매코널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2022년 선거 지형'과 그가 자신의 유산의 공고화를 원하는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진영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지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35명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 개표 결과, 현재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48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곳은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조지아주 2석, 노스캐롤라이나 1석, 알래스카 1석이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2석이 걸린 조지아주(공화당 켈리 뢰플러-민주당 라파엘 워녹,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민주당 존 오소프)에서는 주법에 따라 과반 득표자가 없어 내년 1월 5일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조지아주 2석을 모두 가져와야 50대 50 동률이 된다.

각종 법안이 50대 50일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캐스팅보트 권한을 행사한다. 미 상원은 현재 53대 47(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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