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위 계승 마무리되자 여성 일왕 허용 여부에 관심
'여성궁가' 창설 등 검토…여성 일왕은 시기상조 판단이 우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明仁·87) 전 일왕의 퇴위에 따른 왕위 계승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안정적인 왕위계승 확보 등의 과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NHK가 9일 보도했다.
전날 일왕의 거처인 도쿄 규덴(宮殿)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선 나루히토(德仁·60)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55)가 왕위 계승 1순위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릿코시 선포식'(立皇嗣宣明の儀)이 열었다.
작년 5월 1일 아키히토의 뒤를 이어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딸만 있고 아들이 없어 여성 일왕을 인정하지 않는 왕실 전범에 따라 동생인 나루히토가 왕세제가 됐다.
릿코시 선포식은 당초 올해 4월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된 바 있다.
전날 이 의식이 개최됨에 따라 작년 4월 30일 아키히토 전 일왕의 퇴임으로 시작된 왕위 계승 절차가 1년 6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 확보와 왕족 수 감소 등의 과제를 신속히 검토할 것을 요구한 국회의 요청에 따라 관련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머무는 '여성궁가' 창설과 여성 왕족이 결혼으로 왕실을 떠나도 국가공무원으로 왕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내에선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는 고대 시대부터 여성 일왕이 있었지만, 메이지(明治·1868년∼1912년) 시대에 군 통수권자로서의 일왕 지위가 강조된 영향으로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됐다.
일본 왕실에는 현재 왕실 전범에 따라 왕위 계승이 가능한 남성 왕족은 3명 밖에 없다.
왕위 계승 1순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와 2순위인 후미히토의 외아들 히사히토(悠仁·14), 3순위인 아키히토 전 일왕의 동생 마사히토(正仁·85)가 그들이다.
중학생인 히사히토의 안위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안정적인 왕위 승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여성 일왕 허용의 필요성이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집권 자민당 내에선 여성 일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뿌리 깊다.
이에 따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이 문제와 관련해 결론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남계 유지냐, 여성·여계 일왕 허용이냐를 놓고 국론이 양분돼 있어, 정부는 확실한 안을 내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으로 기울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차선책으로 여성궁가 창설을 포함해 왕족 수 감소 대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느냐가 초점이 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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