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브라질, 5G사업 '화웨이 배제' 압박서 벗어날까
전문가들 "압박수위 완화 후 다시 높아질 가능성"…보우소나루 선택 주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브라질 정부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게 됨으로써 5G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초로 예정된 입찰을 전후해 압박 수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회사 아르코 어드바이스의 치아구 아라가웅 전략 연구원은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한 국제 연대를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 "트럼프처럼 트위터를 이용해 리얼리티쇼를 하지는 않겠지만, 미중 간 긴장을 쉽게 끝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통신부 장관을 지낸 주아리스 콰드루스는 화웨이와 스웨덴 에릭손, 핀란드 노키아 등 5G 장비를 공급하는 3대 업체 가운데 미국이 전적으로 에릭손과 노키아 장비를 사용하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말하지는 않겠지만, 화웨이 배제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친 트럼프 인사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화웨이 진출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인권·환경 문제 등에서 바이든이 압력을 행사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화웨이의 입찰 참여를 전격 허용하는 보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5G 국제입찰을 내년 초에 시행할 예정이며, 내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시험단계를 거쳐 2022년 중 본격적인 5G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기밀이나 개인정보가 탈취당할 수 있다며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브라질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통신 장비의 상당 부분이 화웨이 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화웨이를 배제하면 브라질의 5G 기술이 최소한 4년 늦어지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초 브라질 언론은 브라질 정부가 미국·일본 정부와 통신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5G 사업에서 화웨이 배제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공동성명은 5G 기술 외에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세 나라가 공통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정부가 화웨이 배제를 결정하면 미국이 재정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조건으로 브라질 통신업체들이 다른 제조업체의 5G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웨이는 20여 년 전 브라질에 진출했으며,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손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브라질 통신부 산하 국가통신국(Anatel) 자료를 기준으로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2G, 3G, 4G 이동통신 장비의 35∼40%가 화웨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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