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미히토 왕세제 '왕위 계승 1위' 선포식 거행
여성 일왕제 도입 등 안정적 왕위계승 대책 논의 본격화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제126대 일왕인 나루히토(德仁·60)의 친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55)가 차기 일왕 승계 순위 1위의 왕세제로 공식 선포됐다.
일본 정부는 8일 일왕 거처인 도쿄 규덴(宮殿)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작년 5월 1일 즉위하면서 왕세제 지위를 얻은 후미히토가 왕위 계승 1위인가 됐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릿코시 선포식'(立皇嗣宣明の儀)을 열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비롯한 행정·입법·사법부 수장과 지방자치단체 대표, 주일 외교사절 단장 등 5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생이 '고시'(皇嗣·일왕 계승 1순위라는 뜻)라고 선언했다.
이에 후미히토 왕세제는 "'고시'로서의 책무를 깊게 생각한다"며 "본분을 다하겠다"라고 짧게 각오를 밝혔다.
스가 총리는 참석자를 대표해 "다시 한번 왕실의 더 큰 번영을 기원한다"라고 축사했다.
이 의식은 애초 올 4월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미뤄졌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책에 따라 참석자도 원래 계획됐던 인원(350명)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날 의식을 끝으로 나루히토·후미히토 형제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87) 전 일왕이 고령을 이유로 작년 4월 30일 퇴위하면서 시작된 일왕 승계를 둘러싼 일련의 행사가 마무리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들이 없고 외동딸만 두고 있어 여성 일왕을 인정하지 않는 왕실전범에 따라 5살 아래인 후미히토가 후계자로 낙점됐다.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계기로 일본이 헌정 체제를 도입한 이후 왕위 계승 1순위자가 아들이 아닌 동생으로 정해진 것은 처음이다.
후미히토 왕세제 다음의 일왕 승계 2순위에는 후미히토의 외아들인 히사히토(悠仁·14)가 올라 있다.
후미히토는 1990년 결혼하며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라는 왕족 일가를 창설한 뒤 두 딸과 아들(히사히토)을 두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본 왕족이 다니는 '가쿠슈인'(學習院)에서 공부한 후미히토 왕세제는 1988년 대학 과정인 법학부(정치학)를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2년간 유학했다.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 전 일왕의 퇴위에 따른 왕위 계승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안정적인 왕위계승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에 여성 일왕제 도입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선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보수성향의 집권 자민당은 그간 허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현재 왕위 계승이 가능한 사람이 후미히토 부자(父子)와 아키히토 전 일왕의 동생으로 84세인 히타치노미야(常陸宮) 마사히토(正仁) 등 3명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일왕 후계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원래 여성 일왕이 있었지만 메이지 시대에 군 통수권자로서의 일왕 지위가 강조된 영향으로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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