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타임스스퀘어는 축제중…광장 몰려나온 뉴요커들 환호·댄스

입력 2020-11-08 14:00
수정 2020-11-08 14:07
[르포] 타임스스퀘어는 축제중…광장 몰려나온 뉴요커들 환호·댄스

당선 보도 직후부터 뉴욕 거리에 경적과 환호성 '가득'

'블랙 오어 화이트' 맞춰 댄스…'넌 해고야' 팻말에 '트럼프 아웃' 전단

시민들 "환상적이고 안도 되는 결과…팬데믹 통제하고 거짓말 끝내기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토요일인 7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느 주말처럼 조용하던 미국 뉴욕시가 서서히 들끓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던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하고, 행인들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니 환호성을 내거나 손뼉을 쳤다.

경적이 조금씩 커질 무렵 집에서 쉬고 있던 시민들이 하나둘 아파트 발코니로 나와 함성을 질렀다. 흥에 겨워 부엌에서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들고나와 북처럼 치는 뉴요커도 있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승리를 확정했다고 미국 방송들이 일제히 보도한 직후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뉴욕에서는 지난 4년을 통틀어 가장 반가운 뉴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의 중심으로 꼽히는 타임스스퀘어는 곧바로 축제의 무대로 변했다.

이날 오후 찾아가 본 타임스스퀘어에는 래퍼 제이지와 가수 얼리샤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이 노래 후렴구인 "뉴욕, 뉴욕"을 따라 부르며 기쁨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집회·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도 없고, 공식 축하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도 없었지만 수백명의 시민들은 제각각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바이든 승리, 트럼프 패배'를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을 하나로 강하게 이어주는 끈이었다.





뉴욕의 한 청년 예술그룹이 광장 한복판에서 벌인 댄스공연 주위에는 저마다 자기만의 형태로 기쁨을 표시하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바이든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이름이 적힌 민주당 선거 피켓을 들어 보이는 시민, 트럼프 대통령의 유행어이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그를 향한 메시지인 '넌 해고야'(You're fired)를 종이에 적어 치켜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넌 해고야' 팻말을 들고나온 중년 백인 남성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너무 환상적이고 안도가 된다"며 "선거 결과를 매우 긴장하면서 기다렸다"라고 감격을 표시했다.

트럼프 지지층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이 남성은 "앞으로 4년간 바이든 정부는 안정적일 것"이라면서 "인종을 차별하지 않으며 사려 깊고 현명한 정부가 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댄스공연팀의 선곡이 마이클 잭슨의 '블랙 오어 화이트'로 넘어가는 순간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인종주의 논란으로 얼룩진 트럼프 행정부의 막이 내리려는 순간 인종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선곡에 일반 시민들도 무대에 올라 몸을 함께 흔들었다.



4차선 차로를 통제해 거대한 광장으로 변한 타임스스퀘어는 '트럼프/펜스 아웃'이라는 전단도 돌아다녔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가장 탄압받았던 계층이다.

한 여성이 가져온 실물 크기의 바이든 후보 사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와 함께 셀카를 찍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아나 펠리스(43)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바이든 실물 크기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받았다며 "너무나 흥분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펠리스는 바이든 후보가 "최소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하고 거짓말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환경을 잘 챙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뉴욕 시민들의 감정을 대변하듯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어둠과 분열, 증오의 4년이 지난 뒤 미국은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거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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