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원들을 체포하라"…총들고 집결한 트럼프 지지자들
밤마다 경합주 개표소 앞에서 시위…일부는 권총, 산탄총, 반자동소총 소지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11·3 대선 승기를 굳혀가는 가운데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주요 경합주 개표소 앞에서는 예년에 흔히 볼 수 없던 물건을 매일 목격할 수 있다.
각종 총기류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권총은 물론 산탄총, 심지어 검정색 군용 반자동 소총을 소지한 사람들이 밤마다 개표소 앞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지지자들이다. 시위에 나선 전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 총기를 공개 휴대한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위협을 가하기에는 충분한 모습이다.
공화당 텃밭에서 바이든 후보 쪽으로 거의 넘어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개표소에 사흘 연속 모인 친트럼프 시위대의 수는 수백명으로 불어났고, 이 중 일부가 총기를 들고나왔다.
소총을 메고 시위에 동참한 퇴역 군인인 트래비스 필모어(34)는 AP에 "그들이 어떤 것도 훔쳐 달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알리고 싶을 뿐"이라며 "모든 합법적인 표를 공정하게 개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곁에서 다른 시위자들은 "개표원들을 체포하라", "트럼프 대통령 4년 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피닉스 시위에서는 "바이든을 체포하라"는 구호까지 들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막판 개표가 진행 중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개표소 앞에서도 전날 밤 100여명의 친트럼프 시위대가 모였는데 최소 2명이 소총을 들고나온 장면이 포착됐다.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개표소 인근에서는 권총을 소지한 남성 2명이 체포됐다.
버지니아주에서 온 이들 남성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총기를 휴대할 면허를 갖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차 유리창에는 극우 음모론자인 큐어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북부 러스트벨트 중 한 곳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개표소 앞에 모인 100여명의 시위대 중에도 일부가 총기를 가지고 나왔다.
이들은 "도둑질을 멈춰라", "선거를 다시 공정하게", "우리는 이겼다"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구호로 외치며 바이든 후보의 미시간주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은 시위 현장에서 총기가 발사되는 등의 사건·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언제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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