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6.7조 보유한 美 빅테크 기업, 바이든 당선시 영향은?

입력 2020-11-08 06:12
수정 2020-11-08 08:31
서학개미 6.7조 보유한 美 빅테크 기업, 바이든 당선시 영향은?

"구글 등 규제, 새로운 움직임 아냐…블루웨이브 가능성도 줄어"

'바이든 베팅' 테슬라·인페이즈에너지 등 친환경 기업 수혜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가운데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보통신(IT) 공룡 기업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후보가 법인세 인상을 예고한 데다가 민주당 내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애플(26억5천432만달러)·아마존(21억6천549만달러)·구글 모회사 알파벳(9억398만달러)·페이스북(2억7천772만달러)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주식 규모는 총 60억152만달러(한화 6조7천307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달간 투자자들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일명 'FANG' 기업의 지수 등락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BMO REX MicroSectors FANG+ Index 3X Leveraged ETN')을 2천429만달러(272억원) 사들이는 등 이들 기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은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를 문제 삼았다.

지난달 미 하원 산하 반(反)독점 소위원회는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이 반(反)경쟁적인 활동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반독점 관련법을 정비해 경쟁 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소위가 펴낸 보고서는 민주당 주도로 채택됐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올리고, 기업들의 국외 소득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외 매출 비중이 높은 빅 테크가 입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빅 테크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며 이번 선거 결과로 이들 기업이 분할 등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계속해온 이야기"라며 "마이크로소프트 분할에 대해서도 소송이 진행되는 등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 정부가 분할을 명령한다고 해서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 정부가 발 벗고 규제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법인세 인상·규제 강화 등 민주당의 뜻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 입장에서) 바이든 당선 자체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하는 블루웨이브를 더 우려했다"며 "이미 공화당 정부하에서 구글이 (반독점) 소송을 당하는 등 새로운 이슈는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둔감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바이든 우세가 가시화한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애플(7.5%), 알파벳(6.9%), 아마존(8.6%), 페이스북(10.6%) 모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김민정 연구원은 "플랫폼 생태계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몰려 구조적으로 독과점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분할이 되면 오히려 (분할된)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모회사는 지배력을 유지한 채 기업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한 달간 테슬라·니오·인페이즈에너지 등 순매수…'바이든 베팅'

한편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을 때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테슬라(2억2천981만달러)를 가장 많이 사들인 가운데 중국의 대표 전기차 업체 니오(3천479만달러), 미국 배달용 전기 트럭 업체 워크호스(669만달러) 등 친환경 모빌리티 업체들을 순매수했다.

'사기' 논란에 휩싸여 한때 외면받았던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2천334만달러)도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태양광 기업 인페이즈에너지(1천248만달러), 미국의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테라에너지(1천75만달러), 주택용 태양광 업체 선런(1천4만달러), 폴리실리콘 소재 업체 다코뉴에너지(747만달러)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사들였다.

이외에도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iShare Global Clean Energy 상장지수펀드(ETF)'를 2천530만달러(284억원) 순매수하는 등 투자자들은 바이든 당선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해 대대적인 친환경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 관망 끝?…지난달 대비 11월 일평균 순매수액↑

지난달 미 대선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은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10월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3억1천648만달러(1조4천764억원)로 9월(27억5천869만달러)에 비해 52% 줄었다. 결제 금액도 133억2천742만달러(14조9천467억원)로 40%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달보다 40% 늘어난 하루 평균 8천51만달러(903억원)를 순매수하며 다시 미국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 미국 주식 시장은 대선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재확산하고 있고 기업 이익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현재 시장이 기다리는 부양책은 미뤄질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전례 없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수준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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