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경선서 바이든 살렸던 흑인층 이번에도 역할 컸다
WP "출구조사 흑인지지 87%…흑인 밀집지 개표 후 바이든 위스콘신·미시간 역전"
경선 때도 초반 하위권 추락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흑인 지지로 모멘텀 마련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흑인 유권자들이 경선 초반에 이어 이번에도 큰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경선 초반 하위권을 맴돌며 고전하다가 세 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층 지지를 기반으로 모멘텀을 확보, 경선 승리로 이어간 바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대선의 출구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87%가 바이든 후보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는 흑인 유권자는 12%였다.
흑인 여성의 바이든 지지는 무려 91%였다. 흑인 남성은 80%였다.
백인 유권자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지지가 49% 대 48%로 비슷했다.
히스패닉·라틴계와 아시아계에서 각각 바이든 후보가 60%대, 트럼프 대통령은 30%대 지지를 받았다.
개표가 끝나고 정확한 수치를 봐야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만 봐도 흑인층에서 바이든 후보를 몰표로 밀어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은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쪽이 해당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시스템이다. 박빙의 접전이 벌어지는 주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상당한 변수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WP는 바이든 후보의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승리가 밀워키 및 디트로이트 지역 개표 이후에 나온 점에 주목했다.
두 지역은 흑인 유권자가 집중된 지역이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개표 초중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는 흐름을 보이다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역전하면서 승리 전망에 청신호를 켰는데 역전의 동력이 흑인층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도 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표들의 다수가 흑인 인구가 많고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이는 지역의 우편투표이거나 부재자투표라고 WP는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다 흑인 유권자 덕에 구사일생한 바 있다.
지난 2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경선에서 4위와 5위라는 충격적 결과를 받아들며 고전하다가 네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층 3분의 2의 표를 확보하면서 1위에 올라선 것이다.
모멘텀을 확보한 바이든 후보는 이어 3월초 14개주 경선이 걸린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결국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다.
바이든 후보는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자 퇴임 후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버락 오바마와의 우정을 집중적으로 내세워왔다. 부통령 후보도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지명, 흑인 표심 유지에 신경을 썼다.
흑인 사회에서도 조지 플로이드 등 공권력 남용에 목숨을 잃은 흑인들의 사건과 이에 따른 인종차별 반대 시위 확산 등을 계기로 투표 독려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흑인 유권자들 가운데는 바이든 후보가 흑인의 지지를 너무 당연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5월 자신을 찍지 않으면 흑인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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