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친구처럼 나란히 서 있는 모스크와 교회

입력 2020-11-06 07:07
[특파원 시선] 친구처럼 나란히 서 있는 모스크와 교회

종교갈등 겪은 이집트, 이슬람·기독교 화합에 부심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최근 유럽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남부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튀니지 국적의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시민 3명이 숨졌다.

불과 나흘 만인 이달 2일에는 오스트리아 빈 도심에서 총격 테러로 시민 4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다쳤다.

두 사건은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이들에 의한 범죄로 추정된다.

최근 프랑스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계기로 이슬람권과 프랑스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이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집트도 종교 갈등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

이집트는 이슬람 수니파 신도가 대부분이고 콥트교 기독교인의 비중은 10∼14%로 추정된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이고 콥트교도들은 오랫동안 정치,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집트 인구가 1억여 명이기 때문에 콥트교도는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콥트교도의 마음을 잡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은 흥미롭다.

엘시시 대통령은 2015년 1월 이집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성탄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또 이집트는 내년에 카이로 인근에 신행정수도를 공식적으로 열 계획인데 이곳에는 대형 콥트교회와 모스크(이슬람사원)가 함께 세워졌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이 교회는 8천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고 중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다.

이집트 내 교회도 꾸준히 건설되고 있다.

지난달 이집트 내각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이집트에서 교회나 예배 건물 1천738개가 법적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엘시시 대통령은 야권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라는 비판을 받지만, 종교적으로는 개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종교 갈등이 자칫 사회 안정 및 정권 유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교회와 모스크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두 종교가 친구처럼 평화롭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고 이듬해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종교 갈등이 심했다.

이슬람교도들이 콥트교회를 공격했고 이슬람교도와 콥트교도의 충돌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경제 악화, 종교 갈등으로 혼란이 커진 가운데 이집트 군부는 2013년 7월 무르시 대통령을 1년 만에 쿠데타로 축출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도 종교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2017년 4월 콥트교회들을 겨냥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40여 명이 숨졌고 당시 엘시시 정권이 종교 갈등을 방치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종교 및 종파 갈등은 이집트뿐 아니라 중동의 많은 이슬람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다.

이슬람권에서 개방적 국가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작년 9월 교회, 모스크, 유대교 사원 등 3개 종교의 예배 시설이 들어설 종교단지 '아브라함의 집'을 2022년 아부다비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브라함의 집'은 종교적 포용성과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의 상징인 셈이다.

질기고 오랜 종교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슬람 국가들의 노력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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