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금지조약 거부 日, 핵무기폐기 결의안 27년째 제출
미국 핵무기에 의존하는 방위 정책에 따라 '이중적 행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이 27년째 유엔 총회에 제출하는 핵무기 폐기 결의안이 군축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에서 채택됐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엔 총회 제1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이 제출한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다수 찬성으로 채택했다.
올해 찬성국은 작년보다 9곳 적은 139개국이었고, 5개국이 반대하고 33개국은 기권했다.
태평양전쟁 당시인 1945년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미국의 원폭 공격을 받아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 된 일본은 올해로 27년째 유엔 총회에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제출했다.
제1위원회에서 가결된 이 결의안은 올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결의안에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핵무기 사용에 따른 파괴적인 인도주의 재앙을 '인식한다'라는 약화한 표현이 사용됐다.
일본은 2018년까지 매년 제출해온 이 결의안의 같은 대목에서 '깊은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핵무기 사용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깊은 우려" 표현은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기본 이념이어서 일본 정부가 이 조약을 거부하는 핵보유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폭국으로서의 자각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통과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50개국의 비준이 이뤄져 내년 1월 발효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 보유가 인정된 5개국은 핵무기금지조약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유엔 총회에 매년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제출하면서도 자국 방위의 한 축을 미국 핵무기에 의존하는 정책에 따라 핵무기금지조약에는 참여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이번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도 핵무기금지조약 추진 국가들이 3년 연속으로 제출해 채택된 이 조약의 비준 촉구 결의안에 3년째 반대표를 던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5대 핵보유국 중에서 미국은 작년에 비준 촉구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했지만, 올해는 영국과 함께 찬성했다.
프랑스는 기권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했다. 북한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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