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늘 미국 대선 후 첫 대외 메시지 내놓는다
상하이서 열리는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 나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는다.
4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밤 8시(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시 주석은 2018년과 2019년 열린 1∼2회 수입박람회 때는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지만 올해는 화상 연결 방식으로 나와 연설할 예정이다.
이날 연설은 향후 미중 관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어떤 대미 메시지를 발신할지에 큰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의 연설 시간은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는 대선 이튿날인 4일 오전 7시께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희망하지만 미국이 계속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거나 자국의 '발전 이익'을 침해한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면 대결을 가급적 피하면서 안으로 힘을 길러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19기 5중전회(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근간으로 한 쌍순환(이중순환) 경제 발전 전략을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접어들어 미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거친 대외 정책을 펴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의 위상에 금이 간 가운데 시 주석은 이번 연설을 통해 다자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우군을 결집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국 공세 약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수입박람회는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간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다.
수입박람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중국이 자국의 구매력을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약화하고 우군을 결집하는 '세몰이 외교' 무대로 고안한 행사다.
2018년과 2019년 1∼2회 수입박람회 때 중국은 각각 578억 달러와 71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구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은 작년까지 수입박람회에 세계 주요국 지도자와 각국의 통상 당국자들을 불러 모으는 데 외교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서방 정상의 호응이 전무했던 1회 행사와 달리 2회 행사 때는 서유럽 주요국인 프랑스의 마크 롱 대통령이 직접 상하이를 찾아와 중국이 크게 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수입박람회는 1∼2회 때처럼 많은 인원이 참석해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측은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우려해 올해는 외국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과 관계가 가까운 일부 국가 정상이 화상 연결 방식으로 개막식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입박람회 참여를 원하는 외국 기업에는 각국 본사에서 인원을 중국으로 파견하지 말고 최대한 중국 내 주재원이나 현지 대리 업체를 통해 전시장을 꾸려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무역협회 창구를 통해 수입박람회에 참여하는 한국 중견·중소기업도 작년 200여개에서 올해는 70여개로 3분의 1 규모로 줄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올해는 수입박람회를 치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며 "상하이 당서기가 내부적으로 수입박람회 기간 상하이로 코로나19가 유입되거나 상하이에서 타지로 코로나19가 퍼지는 일이 없도록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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