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F15에 순항미사일' 구상 차질…밑빠진 독에 물붓기

입력 2020-11-03 11:40
일본 'F15에 순항미사일' 구상 차질…밑빠진 독에 물붓기

비용 급증 "미국이 부르는 게 값"…3년간 1조원 넘게 투입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은 F15 전투기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비가 예상과 달리 급증해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의 F15 20대를 개조해 사거리 약 900㎞인 순항미사일 'JASSM-ER' 등을 탑재한다는 구상을 중기방위력 정비계획(2019∼2023년도)에 반영했으나 사업이 대폭 지연되고 있다.

개조 준비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예상한 것보다 많이 늘어나 본격적인 개조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조 비용은 2019년도에 2대분인 108억엔(약 1천169억원)을 반영했을 뿐이고 2020년도 예산과 2021년도 예산요구서에는 개조 비용이 계상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순항미사일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고 5년 정도 지나면 납품될 것으로 예상했고 F15 20대의 개조를 2027년까지는 순차적으로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제때 마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은 설계비·시험비·작업시설 및 공구비 등 초기 비용으로 2019·2020년도 예산에 합계 802억엔 반영했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해 내년도 예산요구서에 213억엔을 추가하는 등 3년간 개조 준비에만 1천15억엔(약 1조980억원)이 들 전망이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F15 개조 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이라며 "초기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나 기체 개조에 예산을 할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장삿속에 놀아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미국 보잉으로부터 기술 협력을 받아 F15 개조를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창구 역할을 하는 대외군사판매(FMS)를 통하기 때문에 "미국 측이 부르는 게 견적 가격이 된다"는 지적이 전부터 나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3년간 투입할 초기 비용 1천15억엔 중 FMS가 적어도 769억엔(약 75.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기체 개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F15에 탑재할 순항미사일 조달 작업도 지연될 전망이다.

미사일은 계약 체결 후 납품까지 짧아도 2년은 걸리며 "개조를 마친 최초의 (F15) 2대가 납품되더라도 실을 탄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항공자위대 간부)는 반응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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