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터키 극우주의 단체 '회색 늑대들' 해산 방침

입력 2020-11-03 11:38
프랑스, 터키 극우주의 단체 '회색 늑대들' 해산 방침

프랑스 내 무슬림 지도자 "종교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 부당" 성명

학교로 돌아온 프랑스 학생들, 살해 교사 추모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프랑스 정부가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터키 극우 민족주의 단체 '회색 늑대들'(Grey Wolves)을 해산시키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 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회색 늑대들'에 대한 금지안을 의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공격적인 이 단체는 해산돼야 할 이유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회색 늑대들' 조직원으로 활동하면 벌금·징역형 등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해산 조치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이 벌어진 아르메니아 기념관이 주말 회색늑대 이름을 포함한 낙서로 훼손된 뒤 발표됐다.

지난 9월 발발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교전에서 튀르크계 국가인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회색 늑대들'은 터키의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과 민족주의행동당(MHP)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달 초 프랑스에서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수업 시간에 사용한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와 터키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프랑스 학생들은 2주간의 휴일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살해당한 사뮈엘 파티(47)를 추모했다.

프랑스 전역 1천200만명의 학생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1분 동안 파티를 기리며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서부의 한 고등학교 학생 클레멘트는 "우리는 늘 잠재적 위험이 있는 곳에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공포 느끼며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은 부당하다"며 최근 벌어진 테러를 규탄했다.

또 최근 이슬람 국가 사이에서 일어난 노골적인 반(反)프랑스 운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프랑스는 법으로 표현과 신념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근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받은 나라에 대한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레바논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반(反)프랑스 시위와 프랑스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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