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결국 소송전…트럼프 '국정공백'·바이든 '인수차질' 불가피
바이든 역전에 트럼프 '우편투표 중단소송·재검표' 요구…2000년 재연 우려
美분열 심화·외교 올스톱…인수준비 허술, 트럼프 정부 비협조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대선을 치른지 이틀이 지났지만 차기 대통령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매직넘버에 근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대응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분쟁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현재 바이든은 253명, 트럼프는 21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황이다.
바이든이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 '270'에 17명만을 남겨 놓은 데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주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바이든이 선거인단을 채우며 승리 선언을 하더라도 이미 소송전에 들어간 트럼프가 승복하지 않으리라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중반 우세였던 미시간과 위스콘신이 막판 우편투표 개봉으로 바이든에게 넘어가자 우편투표 중단 소송을 내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도 따라잡힐 조짐을 보이자 지체 없이 우편투표 중단 소송을 냈다.
따라서 트럼프가 소송 철회와 승복 등 마음을 바꿔먹지 않는 한 대선 결과 지연사태 지속으로 미국이 '올스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이 사안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경우 혼란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가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향후 정국을 이끌면서 쪼개질 대로 쪼개진 미국 사회 분열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2000년 대선에서 한 달 이상 국정에 구멍이 뚫린 경험이 있다.
당시 플로리다 승자가 대권을 거머쥐는 상황이 펼쳐졌는데, 조지 W 부시가 1천784표(0.1%포인트) 차이로 앨 고어를 이겨 재검표를 했다. 기계 재검표 결과 부시가 327표 차로 승리했고, 이에 고어가 수(手)검표를 요구했지만 연방대법원이 기각했다. 고어가 패배를 선언했지만 한 달 이상 상당한 혼란이 이어진 뒤였다.
대선 결과 지연은 양측 모두에 큰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최종 승자로 판명 나더라도 그때까지 국정운영 동력 상실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그 기간 낙선 가능성이 상존하는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최악의 경우 외교가 멈출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바이든이 이기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선 즉시 인수위 출범을 시작으로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무장관 등 핵심 요직 인선을 통해 내년 1월 20일 취임까지 두어 달간 현 정부와 인수인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늦은 만큼 준비가 허술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 당선을 확정 짓고 그다음 날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이후 한 달 동안 백악관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 주요 직위자를 모두 내정 발표했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인계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모금 책임자인 앨런 케슬러는 "트럼프가 '조용히 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진다면 조작과 사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바이든 인수위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바이든이 이기면 인수위가 역대 미국 정권 교체기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